▲ HMS 뱅가드 방문한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핵 무장 잠수함을 방문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영국에는 '독립적인 핵 억지력'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총리실은 20일(현지시간) 스타머 총리가 이주 초 200여 일간 해상 순찰 임무를 마치고 스코틀랜드 해역으로 귀환한 핵무장 잠수함 HMS뱅가드를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방문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영국의 핵 억지력은 국가 안보의 초석"이라고 썼습니다.
영상에서 스타머 총리는 존 힐리 국방장관과 함께 승선해 승조원들의 안내로 잠수함 내부를 둘러보고 망원경으로 해상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영국의 핵 능력을 '존중'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는 독립적인 억지력이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헌신하기에 유럽에서 국방·안보에 선도적인 국가"라고 답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어 "중요한 것은 그들이 (영국의 핵 능력을) 신뢰할 만한 능력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총리가 해상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핵무장 잠수함을 찾은 것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집권기인 2013년 이후 처음입니다.
적에게 노출될 우려로 핵 억지력 관련 정보가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일은 매우 드물며 이번처럼 잠수함 내부 촬영 영상 공개는 특히 드뭅니다.
스카이 뉴스는 이번 공개가 러시아에 영국이 핵무장 국가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습니다.
총리실은 이날 성명에서 1969년 이후 핵 억지력은 영국 안보의 초석이라면서 해군이 항상 핵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최소 한 척은 해상 임무를 수행하고 있도록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자력 안보를 압박하고 영국의 핵 억지력이 미국과 협력에 바탕을 둔 만큼 미국과 관계 변화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핵 억지력은 독립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영국은 뱅가드급 잠수함의 노후화로 2030년대 초부터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드레드노트 잠수함 4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오후 잉글랜드 컴브리아의 항구 마을 배로인퍼니스에서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의 드레드노트급 잠수함 건조 현장을 방문합니다.
그는 직접 잠수함 용골을 놓아 잠수함 건조 착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할 예정입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찰스 3세 국왕이 국가 안보 기여도를 인정해 배로항에 '왕실'(로열·Royal) 칭호를 부여하는 데 동의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찰스 3세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는 20일부터 이틀간 에스토니아를 방문, 러시아에 대한 억지 임무를 맡고 있는 영국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예정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윌리엄 왕세자는 영국 정부와 외무부를 대신해 수도 탈린을 방문해 알라르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 등을 만납니다.
이어 21일에는 러시아 국경에서 약 160㎞ 떨어진 타파 육군 기지를 방문해 나토의 동부 방어 강화에 역할을 하는 영국군과 만난다고 켄싱턴궁은 전했습니다.
영국은 발트해 국가에서 러시아 침공을 저지하는 나토 임무에 기여하기 위해 에스토니아와 폴란드에 파병하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에 배치된 영국군 900명에는 윌리엄 왕세자가 의례적 연대장인 머시아 연대 소속 장병이 포함됐습니다.
(사진=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엑스(X·옛 트위터) 제공,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