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스포츠취재부 야구조 기자들이 매주 색다른 관점으로 야구를 들여다 봅니다.
'시범경기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는 명제는 야구팬들에게는 상식이다. 뒷받침하는 근거는 수없이 많다. 2015년 '10구단 시대'가 시작된 뒤 시범경기 우승팀이 정규시즌도 제패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반대로 정규시즌 꼴찌로 추락한 경우는 2번 있었다) 지난해 시범경기 타격왕 오재일(타율 0.385)은 정규시즌에서 부진에 빠져 결국 트레이드 됐다. 시범경기 기록에 '영양가'가 부족한 이유는 명확하다. '표본 크기'가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의 경기수, 타석수, 이닝수가 개별 팀과 선수의 기량을 보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 시범경기 기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개별 팀, 선수의 기량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하지만, '리그 전체의 경향'을 짐작하는 데는 시범경기 기록이 도움이 된다. 2018년 이후 시범경기에서는 해마다 2천 2백 타석이 넘는 승부가 펼쳐졌다. 지난 2년 동안은 시범경기 전체 타석이 3천 타석이 넘었다. 3천 번이 넘는 투타 맞대결의 결과는, 정규시즌 때 펼쳐질 양상을 짐작하는 데 참고가 된다.
이 칼럼에서 여러 번 쓴 설명을 다시 꺼내보자. 수학에서 '상관계수'는 서로 다른 두 변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절대값이 1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많고, 0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없다. 가령 한 나라의 출산율과 인구증가율의 상관계수는 1에 가깝고, 출산율과 프로야구 경기당 득점의 상관계수는 0에 가깝다. 조금 더 현실적인 예를 들어보자. 낙천적인 사람은 비관적인 사람보다 행복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즉 '낙관성'과 '행복감'이 연관돼 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최종안 박사팀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낙관성'과 '안녕감'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상관계수가 0.55~0.59 사이로 측정됐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리그 전체 기록 중에는, 정규시즌 기록과 연관성이 '낙관성-행복감'보다 큰 것들이 있다. 즉 '낙관성-행복감'보다 상관계수가 더 높은 짝들이 있다.

순장타율(장타율-타율)은 말 그대로 장타 생산 능력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장타율 공식에서 단타의 영향을 제거해 오직 장타력만 드러낸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리그 전체 순장타율의 상관계수는 0.710. 낙관성과 행복감의 상관계수보다 훨씬 높다. 즉 시범경기 때 순장타율이 높으면, 정규시즌 때도 순장타율이 높을 확률이 대단히 높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범경기 때 리그 전체 홈런과 삼진의 빈도도 정규시즌과 꽤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 표에서 같은 관점으로 올해 시범경기 기록을 보면 또 흥미로운 대목이 보인다. 작년 시범경기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경기당 홈런과 순장타율이 급감해 2023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반대로 삼진은 꽤 늘었다.
이 신호들을 종합하면? 정규시즌에 리그의 공격력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즉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보통 이럴 때 가장 흔히 범인으로 꼽히는 게 '공인구의 변화'다. 예를 들어 타고투저 현상이 펼쳐지면 이른바 '탱탱볼 론'이 제기된다. 반대로 공격력이 감소하면 '공이 덜 날아간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하지만 속설과 달리, KBO리그에서 공인구의 어떤 특성이 경기의 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를 예로 들어보자. 시즌 개막 직전, KBO가 공인구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반발계수가 0.4208로 2019년 1차 검사 이후 처음으로 0.420을 넘어선 것. 시범경기의 홈런 폭증 현상과 맞물려, 공인구가 '탱탱볼'이 됐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시즌이 시작되자 '탱탱볼 론'은 더욱 힘을 얻었다. 4월 한 달 동안 41타석당 한 번꼴로 홈런이 터져 나왔다. 2023년의 '58.5타석당 한 번'보다 훨씬 자주 홈런이 생산된 것. 깜짝 놀란 KBO가 4월말, 두 번째 공인구 검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엔 반발계수가 0.4149로 2023년 수준으로 돌아가 있었다. '탱탱볼'이 사라지며, 홈런이 줄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실 반발계수는 야구공의 비거리를 결정하는 수많은 변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 세이버메트릭스계의 연구에 따르면 가죽 표면의 '거침 정도', 실밥의 높이와 소재 등 다양한 변수들이 공의 비거리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요소들은 반발계수와 무게, 둘레 등과 달리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들이다. 쉽게 말해 사무국이 알지 못하는 공인구 제조공정의 아주 사소한 공정 변화(예를 들어 공 가죽 납품 업체의 변경)가 공의 특성을 확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몇 년째 공의 '품질 표준화 향상'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KBO 사무국도 공인구 제조업체에 맞춰야 할 기준을 제시할 뿐, '어떤 특성의 공을 만들어달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아직 공인구 검사 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았다. 다시 말해, 이번 시범경기에 벌어진 현상이 '공 때문'이라고 결론 낼 근거는 현재로서는 없다.
공인구의 변화 같은 '도시 괴담' 대신, 시범 경기 데이터로 확인되는 '공격력 억제 변수'가 하나 있다.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속도다.

이 글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KBO 문자중계에 등장하는 'PTS 시스템'의 측정치다. 올해부터 KBO리그가 '공식 구속'으로 사용하기로 한 '트랙맨 시스템'의 데이터는 PTS보다 시속 1km 이상 빠르다. 만약 예년과 마찬가지로 정규시즌에 시범경기보다 리그 직구 평균 시속이 2km 가까이 빨라지고, 트랙맨 측정치가 적용된다면? KBO리그의 직구 평균 시속은 단숨에 146km를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역대 가장 큰 폭의 속도 증가가 예고돼 있는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