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 처음에 어머니께서는 외교관이 되라고 했는데, 원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셨어요?
지현준 배우 : 전혀 없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래요. 그러면 어떻게 하다가 (되셨어요?)
지현준 배우 : 공부를 곧잘 했는데 계속 엎어졌어요. 그래서 어머니랑 아버지께 큰 실망을 안기고, 차라리 특성화된 일을 하자 해서 방송국에서 일을 하려고 동아방송대학에 (갔는데요.) 그래서 KBS에 관련된 PD 일을 1년 하다가 바로 그만뒀어요. 제가 원하는 그런 게 아니었던 것 같고.
원래 큰 결정이나 중요한 결정은 제 인생에 있어서 너무 뜬금없이 이루어지는 것 같거든요. 일을 그만두고 '나이 먹었어도 창조적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뭐지?'라고 PC방에서 생각했던 것 같고요. PC방에서 친구들하고 카트라이더 열심히 하다가 네이버에 검색한 거죠. '배우가 되려면?' 이거 되면 정년퇴직도 없고 산업에 관한 일이고. 그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PD였기 때문에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긴 해요.
김수현 기자 : 그러면 학창 시절부터 연기와 관련된 거를 (하고 싶으셨는지)
지현준 배우 : 영어 선생님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영어 선생님이요?
지현준 배우 : 외교관이 되기에는 살짝 좀... 저는 영어를 어머니의 기대에 맞게 할 수 없고 그 밑단계 정도. 굳이 찾았던 게 그거였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영어 선생님에서 갑자기 막 그러다가 이제 PD를 하시다가.
지현준 배우 : 맞아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다가 배우 첫 무대가 언제셨어요?
지현준 배우 : 27살 때 연극. 아무것도 모르고.
김수현 기자 : 근데 그렇게 시작해서 해보니까 '이게 나한테 맞는 일이다' 이런 생각이 들던가요?
지현준 배우 : 초반 러쉬가 좋은 스타일이거든요. 뭘 배우거나 시작하면 남들보다 초반이 빨라요. 그래서 금방 싫증을 느끼고 다른 걸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건 안 되더라고. 초반 러쉬가. 그리고 다 들통나는 거. 숨기면 숨길수록 숨긴 게 들통 나서 꺼내자니 부끄럽고, 내 민낯을 보여주자니 부끄럽고. 숨겨서 내 딴에는 그럴듯하게 보여주면 거짓말이라고 하고. '이게 뭐지, 왜 안 되지?' 사실 연기 연습하다가 위경련 나서 많이 실려 갔어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래요? 스트레스를 많이?
지현준 배우 : 너무 싫어서,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근데 정말 재밌어요.
김수현 기자 : 힘들게 초반에 하시다가... 언제 '와, 이거 정말 평생 해야 되겠다'
지현준 배우 : 그건 어떤 고통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지, 그때도 그 고통이 싫지 않았던 것 같아요. 너무 재밌었어. 안 돼서요.
이병희 아나운서 : 안 돼서 더 잘하고 싶고.

지현준 배우 : 그리고 잡을 수 없어서. 성과라는 게, 연기라는 게. 노래는 잘하는 게 있잖아요. 춤도 잘 추는 게 있고. 근데 연기는 잘하는 게 분명히 있지만 그걸 가늠할 수 없고 취향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고.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라고 얘기하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고. 그래서 오히려 잡히지 않아요. 어디서든.
근데 분명히 뭔가 있거든요. 그거를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고,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고. 그러니까 왠지 더 공평하고. 끼나 재능이 분명히 필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이 그대로 무대에 묻어나서요. 그래서 '잘 살아야 되겠다' 생각을 하게 되니까 너무 재밌고. 책임감도 있으면서 갈등도 너무 있는데 저의 삶하고 묘하게 맞아떨어져 가는 굴레가 너무 좋아요.
김수현 기자 : 그럼 뮤지컬은요?
지현준 배우 : 예전에는 솔직히 뮤지컬 굉장히 많이 무시했어요. 연기 하는 뽕이 차 있어서요. '연극. 인생. 예술은 이런 거지.' 어렸을 때 머리 길게 하고 다니고 연극 돕바(외투) 입고 이랬을 때. 그리고 연기에서 처음 깨졌던 게 TV '기적의 오디션'에 나가서 대박 깨졌고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때 거기 나가셨었어요?
지현준 배우 : 네. '기적의 오디션'
김수현 기자 : 아, 생각나요. 옛날에 했던 거.
지현준 배우 : 한창 연극을 막 시작해서 불타오를 때라 연극인으로서의 자존심, '난 예술을 하고 있어'라는 뽕이 가득 차 있었을 때 어머니께서 나가 보라고 권유하셨어요. 더구나 TV는 무시했거든요. 지금은 한심한 얘기지만 '그런 데 나가는 거 아니에요'라고 얘기했는데 가족들은 TV 한 번 나오는 게 얼마나 큰일이에요. 아들이 그래도 직업을 선택했는데.
근데 마침 어머니가 편찮으셨어요. 제가 연극을 꽤 오래 했는데 계속 소극장에서 공연하니까 어머니가 'TV 한 번만 나가면 안 되냐?' '떨어져도 난 모릅니다' 하고 나갔는데, 그때 한 방송작가님이 어떤 연기 주제를 주셨는데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제 딴에는 너무 유치하고 재미가 없고. 그런데 '현준 씨, 배우라는 직업이요. 저희 '기적의 오디션' 관람가는 12세입니다. 중학생이 당신의 연기를 봐도 감동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말에 한 방 빡 맞았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기적의 오디션'이 꽤 오래된 건데. SBS 아니었어요?
지현준 배우 : 맞아요. SBS. 그래서 여기 로비에 항상 대기하고 있었던 팬이 친근해요.
김수현 기자 : 오디션에서는 쓴맛을 보신 건가요?
지현준 배우 : 6등 했어요. 최소한 3라운드엔 가서.
김수현 기자 : 그래도 계속 나오셨겠네요. 어머니가 좋아하셨겠네요.
지현준 배우 : 효도 한번 했죠.
김수현 기자 : 그 뒤로 좀 많이 바뀌었나요?
지현준 배우 : 그러고 나서 뮤지컬에 대해서도 함부로 얘기 못하는. (직접) 겪어보니까 정말 큰 편견을, 살면서 그런 것들이 깨지는 과정이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에 대한, 누구에 관해서, 어떤 것에 관해서, 들어가서 보니까 다른 거고 이분들은 엄청난 일을 하고 있구나. 무용에 가서 또 그걸 느끼고 무용단에 들어가니까 또 느끼고 여러 가지를.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