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가 터진 임신부가 병원 40여 곳을 돌다가 결국 구급차 안에서 출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지난 10일 0시 40분쯤 경기 안산시에 사는 임신 34주 차인 20대 여성이 양수가 터져 119에 신고했습니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임신부 상태를 확인한 후 즉시 서울과 경기, 충남 지역 병원들에 연락했지만, 병원들은 "인력이 없다", "심야 산과 진료가 불가능하다"며 수용을 거부했습니다.
구급대원들이 1시간여 동안 연락한 병원만 40여 곳. 새벽 1시 40분이 돼서야 119 상황실을 통해 서울 중랑구에 있는 서울의료원에서 산모 수용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구급대원들은 곧바로 서울로 향했으나, 이미 양수가 터진 지 한참 지난 터라 산모는 극심한 산통을 호소했고 결국 구급대원들은 응급분만을 진행해 신고 1시간 30분 만에 구급차 안에서 남자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그로부터 25분 뒤 산모와 신생아는 서울의료원에 도착했고 후속 조치를 받았습니다. 소방 관계자는 "1시간 넘게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응급분만을 해야 했다"며 "다행히 산모와 아이 모두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6일에도 인천공항에 쓰러진 외국인 임신부가 2시간 넘게 수용 가능한 산부인과를 찾던 중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습니다.
[김성현/119 구급대원 (17일 국회) :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큰 자괴감과 스트레스, 이제는 몸도 마음도 상처만 쌓여가고 있다. 응급 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는 경우 구급 활동 일지에 현장 처치라는 명목으로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구급대원들은 제때 병원에 이송하지 못해 사망하거나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의정 갈등에만 매몰되지 말고, 관계 기관들이 시급히 응급의료체계를 정비해 환자가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취재 : 채희선, 영상편집 : 이승진,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