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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이구아나, 3400만 년 전 북미서 8천km 표류해 도착"

"피지 이구아나, 3400만 년 전 북미서 8천km 표류해 도착"
▲ 남태평양 피지섬의 코코넛 야자수 위에서 쉬고 있는 피지 이구아나(Brachylophus vitiensis)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남태평양의 화산섬 피지에 이구아나는 어떻게 살게 됐을까?

피지 이구아나(Brachylophus vitiensis)는 3400만 년 전 태평양 8천km를 횡단해온 북미 사막 이구아나의 후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사이먼 스카페타 교수팀은 18일 과학 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전 세계 박물관의 이구아나 표본 200여 개와 유전자 4천여 개의 DNA 분석 결과 피지 이구아나는 3400만 년 전 북미 서부 사막 이구아나(Dipsosaurus)에서 갈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는 북미 서부 사막 이구아나가 3400만 년 전 태평양 8천km를 건너 생긴 지 얼마 안 된 화산섬 피지에 도착,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며 지금까지 밝혀진 육상 척추동물의 수상 이동으로는 최장 거리라고 말했습니다.

육상 동식물이 바다를 건너 퍼져나가는 수상 확산(Overwater dispersal)은 새로 형성된 섬 등에 동식물이 자리 잡는 주된 방법으로 종종 새로운 종과 새로운 생태계 진화로 이어집니다.

피지와 통가 등에만 사는 피지 이구아나 4종은 서식지 소실, 포식자 쥐 침입, 애완동물 거래 등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희귀종입니다.

그동안 피지 이구아나의 기원을 밝히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태평양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멸종한 오래된 혈통의 후손일 가능성 등 가설이 제시됐으나 아직 화석이나 유전적 증거로 입증된 것은 없다고 연구팀은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전 세계 박물관에 소장된 이구아나 표본 200여 개의 조직과 4천여 개의 유전자에서 DNA 염기서열을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피지 이구아나 브라킬로푸스는 북미 서부 건조 지역에 사는 딥소사우루스 속(genus Dipsosaurus)의 북미 사막 이구아나와 유전적으로 가장 밀접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라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북미 사막 이구아나 중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것은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북부 사막의 뜨거운 열기에 적응한 딥소사우루스 도르살리스(Dipsosaurus dorsalis)입니다.

또 브라킬로푸스와 딥소사우루스 도르살리스가 유전적으로 갈라진 시기를 밝혀내기 위해 두 종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두 종은 3400만~3100만 년 전 갈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카페타 교수는 "두 이구아나 종이 갈라진 시기는 화산 활동으로 피지섬이 형성된 시기와 일치하거나 그 이후로 추정된다"며 이는 북미 사막 이구아나 일부가 이때 태평양 8천km를 건너 피지에 정착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공동 연구자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지미 맥과이어 교수는 "북미 사막 이구아나가 직접 피지에 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미 사막 이구아나에서 3400만 년 전 갈라졌기 때문에 인접 지역에서 이주했을 가능성을 가정하는 모델들은 시간적 범위가 맞지 않는다"고 재적했습니다.

스카페타 교수는 "이구아나 무리와 알이 있는 나무가 사이클론에 쓰러진 뒤 해류에 떠내려가는 상상을 할 수 있다"며 "초식성이고 먹이와 물 없이도 오래 지낼 수 있는 이구아나에게 뿌리째 뽑힌 나무는 그 자체가 먹이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Nicholas Hess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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