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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서이초 사건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에 서이초 교실에 놓인 꽃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학교 현장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올해도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27년차 초등교사 A 씨) "우울증 환자를 예비 범죄자로 낙인찍는 정책들은 마음이 힘든 교사들을 숨어들게 할 것입니다.

"(23년차 초등교사 B 씨) 신학기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난 현재,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신학기 공포'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난달 대전 초등학생 교내 피살 사건이 벌어져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새 학기에 업무가 쏟아지고 교사에게 책임이 가중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부산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초등교사 김 모(27) 씨는 "학기 초엔 학급 운영, 행정업무, 행사 그 어떤 것도 놓치면 안 되는 큰일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만 상대하면 다행이고 악성 민원인이라도 걸리면 올 한 해 너무 고생할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4학년 담임을 맡은 김 씨는 민원 때문에 알림장과 일기장도 쓰지 않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학부모로부터 알림장과 일기장을 쓰는 것은 아동 학대에 해당하니 멈춰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서울에서 27년간 초등학생을 지도한 교사 A 씨는 "교사들이 학부모 등 다양한 민원으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면서 "올해도 무사히 민원 없이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25년차 교사 C 씨도 "공동체에는 열린 마음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데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점점 더 참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손해를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새 학기 갈등을 담임 교사가 중재해야 하는 것에 부담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교육적 지도가 언어폭력, 학생 인권침해, 아동학대가 된다면 교사는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D 씨는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인은 숨지기 직전 학생 간 다툼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사들은 하교 시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점점 커진다고 토로했습니다.

10년 만에 저학년 담임을 맡았다는 23년차 교사 B 씨는 "요즘은 하교 지도가 교사 업무의 절반 정도인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는 "동료 선생님의 경우 방과 후 수업 중 특수교육 학생이 교문 밖으로 사라져서 온 학교를 뒤지고 다닌 사건이 있었다"면서 "교육부가 학교에 안전에 대한 부담을 떠맡겨 버리면서 혼란을 감당하는 것은 교사들의 몫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학교 밖 학생들의 안전까지 교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업무 가중을 심화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22년 11월 강원 속초에서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교사의 형사 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지난달 나왔습니다.

이에 현장체험학습을 폐지하는 움직임도 벌어집니다.

A 씨는 "학교 밖 학생들의 안전까지도 교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리로 인해 교사들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우리 학교도 교사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 소재 많은 초등학교에서 이와 같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 이후 정부는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교사에 대해 직위해제·직무배제의 근거를 마련하는 가칭 '하늘이법'을 추진 중입니다.

이에 대해 A 씨(27년차 교사)는 "'하늘이법'이 제정되면 동료 교사들이 자유롭게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진료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고, E씨(6년 차 교사)도 "교사가 우울해지는 현실을 바꾸지 않고 겉만 색칠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울증에 사회적 낙인이 찍히면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6년차 초등교사 F씨 는 "작년에 학교폭력 사건이 5건이었고, 자살·자해 충동을 느낀 학생도 있어 학생 지도가 유독 어려웠다"며 "조금만 더 힘들어지면 정신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우울증을 사회적으로 낙인찍으면 저 같은 교사들이 치료받기가 힘들어지고 그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B 씨(23년 차 교사)는 "교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무능력한 건 아닌지 늘 밑바닥까지 들여다본다"면서 "교사는 학생들을 온 마음으로 대하는 감정노동자기 때문에 선생님들을 돌봐 주는 정신건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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