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하는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갱단원 추방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227년 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 권한을 발동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 15일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공식 문서에서 "나는 오늘 '트렌 데 아라과'(TdA) 카르텔에 소속된 사람 중 미국 내에 있으면서 합법적 시민권을 갖지 않은 14세 이상 모든 베네수엘라 시민에 대해 체포·구금·추방할 것을 선포한다"며 "이들은 미국을 향한 실질적인 적대 행위에 책임을 진 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문서에 기술된 모든 '적성국 국민'을 즉시 체포·구금·추방하기 위한 재량권이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부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모든 행정부 부서 및 기관, 미국의 법 집행 공무원은 지방정부와 협력해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체포 등을 실행에 옮길 것'도 지시했습니다.
트렌 데 아라과는 베네수엘라에서 태동한 악명 높은 국제 마약 밀매·폭력 집단입니다.
지난달 미국 국무부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과 함께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한 8개 갱단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트렌 데 아라과는 수천 명의 조직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중 다수가 "미국에 불법적으로 침투해 비정규전을 수행하며 적대적 행동을 수행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백악관은 "이 조직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의 지원을 받는 마약 테러 기업인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와 함께 활동한다"며 "살인, 납치, 갈취, 인신매매, 마약, 무기 밀매 등 범죄를 저지르면서 미국을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불안정을 획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이어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을 자처하며 보안군과 당국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는 마두로가 나르코 테러리스트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힐난한 뒤 "베네수엘라 당국은 수년에 걸쳐 트렌 데 아라과 같은 초국가적 범죄 조직에 자국 영토에 대한 통제권을 점점 더 많이 양도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날 트럼프가 추방 등 권한 발동 근거로 제시한 적성국 국민법은 1798년 제정됐습니다.
18세기 미국과 프랑스 간 전쟁 가능성이 커지던 와중에 프랑스 편을 들 가능성이 있는 이민자들을 겨냥해 만들어졌는데, '미국과 외국 정부 사이에 전쟁이 선포됐을 때', '미국 영토에 대한 침공이나 약탈적 침입이 있을 때',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공개 선포할 때' 등에 발동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습니다.
14세 이상으로 미국 시민이 아니면 이 법에 따라 구금하거나 추방할 수 있습니다.
이 법이 발동된 것은 1812년 미·영 전쟁과 1차·2차 세계대전 때 등 세 차롑니다.
특히 2차 대전 당시에는 이 법에 따라 일본인과 독일인, 이탈리아인 등이 3만 명 넘게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 때부터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을 제시하며 이 법을 언급해 온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행정부가 중미 엘살바도르 당국에 돈을 주고 갱단원들을 현지 수감시설에 보내기로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정부에 600만 달러, 우리 돈 87억 원을 내고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 300여 명을 중미 수용시설에 1년간 수감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수감자 아웃소싱' 구상은 앞서 부켈레 대통령이 지난달 엘살바도르를 찾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중미 국가 순방 당시 현지 취재진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엘살바도르의 매우 관대한 제안을 정부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력한 갱단 척결 정책을 시행 중인 부켈레 정부는 2022년 3월 27일부터 3년 가까이 국가 비상사태를 유지하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사람까지 대거 구금하고 있습니다.
중남미 최대 규모 수감 시설인 테러범수용센터를 지어놓은 뒤 반바지만 입은 수감자를 한꺼번에 수천 명씩 이곳에 이송하는 모습을 수시로 정부 당국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생중계'하기도 합니다.
실제 미국에서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을 엘살바도르로 이송한다면, 해당 인원은 세코트에 갇힐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