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검찰은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정 기간(즉시항고 제기 기간)이 남아있더라도 이제 와서 즉시항고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기 기간이 남아있고, 법원행정처장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는데도 왜 검찰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만약 검찰이 이제 와서 즉시항고를 제기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 자체가 위법이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즉시항고하면 '윤 대통령 석방' 위법성 자인하는 셈?
첫 번째 쟁점부터 설명하겠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10조는 즉시항고와 관련해 재판의 집행정지 효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짧은 조문이니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강조는 인용자가 한 것 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10조(즉시항고와 집행정지의 효력)
즉시항고의 제기기간 내와 그 제기가 있는 때에는 재판의 집행은 정지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즉시항고 제기기간(7일) 내에는 "재판의 집행은 정지"된다는 사실입니다. 즉, 법원이 구속취소 결정을 했더라도, 구속취소 결정이 내려진 날로부터 7일 내에는 구속취소 결정의 집행이 정지된다는 뜻입니다. 구속취소 결정의 집행이 곧 검사의 석방지휘입니다. 다시 말해, 형사소송법 410조의 문언 해석만 따르자면 검사는 즉시항고 제기 기간이 만료되는 3월 14일 자정 이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은 2025년 3월 7일에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즉시항고 제기 기간은 결정이 내려진 날의 다음 날부터 7일째 되는 날 자정까지로 계산합니다. 초일 불산입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계산법에 따르면 3월 14일 자정이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제기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입니다.)

항소심(2심) 판결에 대한 상고 제기 기간 규정과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는 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법령에 규정돼 있습니다. 상고 제기 기간이 지나갔는데도 양 쪽 당사자 모두가 상고하지 않으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됩니다. 하지만 상고 제기 기간이 지나가지 않았어도 양 쪽 당사자가 모두 상고 포기 의사를 법원에 밝히면 판결은 그 시점에 곧바로 확정됩니다. 즉,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당사자가 이의제기 권한 행사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법원에 표시한다면, 그 시점부터는 판결이 확정되면서 집행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든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는 검사입니다. 따라서 구속취소 결정의 집행은 즉시항고 제기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정지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즉시항고 제기 기간이 끝나기 전이라도 검사가 즉시항고 포기 의사를 표시한다면, 바로 그 시점에 구속취소 결정이 확정되기 때문에 결정을 집행할 수 있는 상태로 바뀌는 것입니다. 대다수 법률가들은 이와 같은 해석이 타당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석방에 앞서 '즉시항고 포기' 의사 밝힌 것인가?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석방하기 전에 법원에 '즉시항고 포기' 의사를 밝히는 서면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률적인 의사 표시는 법정에서 구술로 하거나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을 통해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검사는 법정에서 즉시항고 포기 의사를 밝힌 적도 없고, 법원에 즉시항고 포기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도 않았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구속취소 결정을 집행해 피고인을 석방하기 전에 즉시항고 포기 의사를 표시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어제 국회에서 "즉시항고 포기 서면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중간에 말을 끊어서 왜 즉시항고 포기 의사 표시 여부가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을 더 이어나가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실무상 관행이 지금까지 그렇게 유지되어 왔다는 것만으로 논란이 되는 행위가 법률적으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특히 구속취소 결정의 집행, 즉 석방은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처분이기 때문에 설사 그 집행이 위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당사자가 아무도 없습니다. 석방된 피고인이 석방 처분이 위법이었다고 이의를 제기할 리도 없고, 법원이 내린 결정의 집행력이 발생하기 전에 검사가 위법적으로 사전 집행을 했다고 해서 법원이 이를 제지할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위법한 관행이 유지되어 왔더라도 법률적 절차에 의해 교정될 기회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도 즉시항고 포기 의사 표시가 선행되어야지 구속취소 결정의 집행, 즉 석방이 가능한 것인데, 실무 관행으로 유지되어 왔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석방 처분 자체를 즉시항고 포기 의사의 표명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 역시 타당성이 있습니다. 적어도 이 대목이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석방 = 즉시항고 포기"라는 대검, 그러니 즉시항고 못 한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법률가들은 피고인 석방 처분 자체가 곧 즉시항고 포기 의사라는 대검찰청의 해석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가 법원을 상대로 즉시항고 포기 서면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즉시항고를 포기했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따라서 윤 대통령 석방 이후라도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즉시항고 제기 기간이 남아있는 3월 14일 자정까지는 검사가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직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어제 국회 발언도 바로 이와 같은 논리에 입각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논의를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 석방의 경우처럼 즉시항고 제기 기간 7일 내에 검사가 구속 피고인을 석방(= 구속취소 결정의 집행) 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즉시항고 포기 의사 표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법원에 즉시항고 포기 관련 서면을 제출한 바가 없기 때문에 검찰의 윤 대통령 석방 처분 자체의 위법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대검찰청은 지금까지 실무 관행상 피고인 석방 처분 자체가 즉시항고 포기 의사 표시로 해석되어 왔으며, 따라서 석방함으로써 이미 즉시항고 포기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서 즉시항고 제기 기간 내에 윤 대통령 석방한 처분은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런 논리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검찰은 이미 윤 대통령을 석방한 이상 즉시항고 기간이 남아있더라도 즉시항고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 대통령 석방 자체가 즉시항고 포기 의사 표시라는 전제가 유지되지 않으면 윤 대통령 석방 처분 자체가 위법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 검찰이 구속취소 결정을 집행해 피고인을 석방한 후 즉시항고를 제기하고 이를 법원이 인용한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즉시항고 논란이 이렇게까지 복잡해진 이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즉시항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후, 대검찰청은 즉시항고 관련 방침에 대해 다시 회의를 통해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이유로 검찰이 이제 와서 즉시항고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지금 시점에 즉시항고를 제기한다면 윤석열 대통령 석방 처분 자체가 위법한 것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즉시항고 기간이 만료되는 3월 14일 자정까지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