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드디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관련 포고문이 우리 시간으로 오늘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됐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수없이 '관세'를 언급해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관세를 부과한 나라는 사실상 글로벌 패권 경쟁국인 중국 한 곳뿐이었습니다.
지난달 4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가 시행됐고, 이달 4일에는 여기에 10%를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트럼프는 같은 날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25%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틀 뒤인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에 대해 4월 2일까지 시행을 유예하며 사실상 대부분 관세 부과를 내달로 미뤘습니다.
하지만, 오늘부터 시행된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어느 나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트럼프 2기 관세전쟁이 이제 전 세계로 확대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번 관세 포고문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지난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시행하면서 일부 국가 관세 면제 같은 예외를 모두 폐지하는 게 골자입니다.
철강의 경우 한국과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영국 등도 미국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면 25%의 관세를 부과합니다.
알루미늄 역시 기존 일부 국가 및 품목에 대한 예외를 폐지하고 2018년 부과한 10% 관세를 25%로 인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기존 합의를 재검토한 결과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강철 제품이 국가안보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결정했고, 이에 2025년 3월 12일부로 이 합의들을 종료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곧바로 25% 관세가 부과되는 대상은 제조용 원자재로 활용되는 철강·알루미늄뿐 아니라 볼트·너트, 스프링 등 166개 파생상품입니다.
이번 조처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국가는 대미 철강·알루미늄 수출 1위인 캐나다로 보입니다.
미 통계국의 지난해 국가별 수입 규모 자료를 보면 미국에 철강(제강재료·제강제품·철 포함)을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캐나다(112억 달러·약 16조2천억원)였고, 알루미늄 대미 수출국 1위 역시 캐나다(95억 달러·약 13조8천억원)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직접 영향을 받게 돼 당장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한국 철강 제품에 무관세 쿼터제(293만t)를 적용하는 2018년 4월 30일자 미 대통령 포고령 9740호 등이 폐기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지난해 32억 달러(약 4조6천억원)어치를 미국에 수출해 미국의 철강 수입국 가운데 6위였습니다.
알루미늄의 경우 10%의 관세를 물면서도 작년에 6억4천370만 달러 (약 9천352억원)를 수출해 대미 수출국 가운데 4위를 차지했으나 이제부터는 관세가 25%로 올라 부담이 커지게 됐습니다.
이번 조처로 한국 철강은 기존의 '쿼터제'라는 수출량 족쇄가 없어져 대미 수출량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고,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확대와 함께 LNG 플랜트 기자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반면, 국내외 수요 감소와 중국의 공급 과잉에 따른 저가 제품 공세에다가 대미 수출 경쟁력 약화까지 이어질 수 있어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향후 미국과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트럼프가 자국 제조업체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있는 데다 미국 철강회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업체의 덤핑과 한국의 부가가치세 제도 등 불공정 관행을 주장하면서 최소 25%의 추가 관세 부과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에 이어 다음 달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부과와 더불어 반도체.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부과도 예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