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진보 정치의 상징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주) 연방 상원의원이 '반트럼프' 운동의 선봉에 서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AP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최근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 등을 돌며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과두제 저지 투어'(stop oligarchy tour)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열린 행사에는 4천 명이 참석했고, 8일 오전에는 인구가 1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알투나에서 2천600여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디트로이트 교외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집회에는 9천여 명이 운집했습니다.
샌더스 의원은 디트로이트 집회에서 확성기를 들고 "이 모든 것이 말해주는 것은 미시간이나 버몬트뿐 아니라 이 나라 국민이 과두정치로 나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트럼프가 우리를 권위주의로 이끄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또 "우리는 싸울 준비가 돼 있고, 이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두제는 소수가 국가의 최고기관을 장악하는 독재적 정치체계를 의미합니다.
샌더스 의원은 현재의 미국을 소수의 부자가 정권을 장악한 과두제로 규정해 왔고, 바이든 전 대통령 등은 트럼프 정권이 과두제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AP는 샌더스 의원이 처음부터 트럼프 2기 저항운동의 지도자가 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짚었습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민주당에서 이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여의찮았고, 결국 직접 나섰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정책 추진을 막기 위해 일관된 메시지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반트럼프 운동을 조직하려는 당내 움직임도 아직은 없는 상황입니다.
AP는 민주당 지도자 가운데 전국적인 규모의 행사를 조직할 수 있는 사람도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샌더스 의원은 2007년부터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온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이지만 민주당 소속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그의 이런 움직임이 민주당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뉴욕)은 "아무도 샌더스처럼 하는 사람이 없다"며 "내가 바라는 것은 댐이 터져 민주당도 공격에 나서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샌더스 의원에 대해 "이 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사람이며, 그런 사람이 우리 편에 서 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코네티컷)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기를 원한다"며 민주당이 보다 더 조직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민주당 내부에 샌더스 의원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비판하는 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샌더스의 메시지가 우리가 기반으로 삼아야 할 핵심이라고 본다"고 옹호했습니다.
샌더스 의원이 조직한 집회에 모여든 사람들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저지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집회 참석자는 "우리나라가 두려워져서 이 자리에 나왔다. 지난 6주는 끔찍했다"며 "지금은 정상적인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샌더스 의원이 언제까지 이런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그는 지난 2020년 선거운동 기간 심장질환으로 입원했던 이력이 있고, 현재 나이도 83세로 고령입니다.
샌더스 의원 측은 그가 2019년 이후 건강상 문제가 없었다며 당분간은 활동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한편에서는 그가 차기 대선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샌더스는 무소속이지만 2016년과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패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샌더스 의원은 AP에 "대선 유세 같죠? 하지만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나라가 위기에 처해있고, 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