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데이비드 윌러스웰스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기 새로운 관세와 비자 제한 조치를 앞세워 콜롬비아를 위협할 때 베이징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과 콜롬비아 사이의 위기가 고조되자, 주콜롬비아 중국 대사는 X(옛 트위터)에 목적이 뚜렷한 메시지를 올렸다. "45년간 이어진 중국과 콜롬비아 간 관계가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게시글이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번 달 중남미 5개국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서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포장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트럼프의 근시안적인 행동, 조처가 잇달아 나오면서 미국이 지금껏 쌓아 온 외교적 자산은 이미 약화했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경쟁자들, 특히 중국에 파고들 틈을 허용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조치로는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한 관세, 북아메리카 이웃 나라를 향한 관세 위협, 대외 원조 중단, 강제 추방 중심의 외교 정책과 터무니없는 영토 주장 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과 최후통첩을 쏟아내며 주변 국가들을 밀어내는 가운데, 중국은 그 틈을 파고들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지난 25년간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경제 관계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의 일곱 번째 수출 시장에 불과했다. 오늘날 중국은 남미의 주요 무역 파트너가 됐다. 남미 전역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국이다.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의 대중국 수출액은 2013년 1,120억 달러에서 2023년 약 2,080억 달러로 급증했다.
동시에 중국의 조건 없는 접근법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기반 시설 및 정치적으로 유용한 건설 프로젝트의 매력적인 자금 조달법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중국은 엘살바도르에서 5,400만 달러 규모의 최첨단 도서관 건설 공사, 카리브해와 중미 전역에서 크리켓 및 축구 경기장 건설 공사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안타깝게도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비슷한 일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중남미에서도 현지 노동권과 환경 기준은 대개 잘 지켜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채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미국의 오랜 우방국으로부터 원성을 들어가며 동시에 중국에 커다란 문을 열어준 셈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뒤 이를 유예하긴 했지만, 이 조치는 북미 전역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중국이 이 지역에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무역 상대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줄 수 있다. (2023년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국무부를 통한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지원액만 20억 달러를 웃돈) 대외 원조를 완전히 끝장내겠다는 정책은 이웃 나라에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는 신호를 줄 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다. 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원조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로부터의 불법 이민을 억제할 뿐 아니라,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에서 범죄 행위를 일삼는 MS-13과 같은 국제적인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의 핵심은 추방 우선주의다.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이민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의 라틴아메리카 정책의 최우선 순위다. 이는 콜롬비아를 상대로 한 관세 및 비자 제한 위협을 통해 더욱 명백해졌다. 이민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군용기에 실어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는 일부에서 성공적인 홍보 사례로 평가받으며, 주변국에 끊임없는 위협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소셜미디어에서는 눈길을 끄는 게시물이 될지 모르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추방 전용기(이민자 추방 용도로 설계된 이민세관단속국의 항공기) 역시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물을 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콜롬비아와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여러 정부가 보복을 피하고자 강제 추방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트럼프 정부가 어느 정도의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괴롭힘이 역효과를 불러와 오랜 동맹국들이 미국 외에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 뻔하다.
미국의 대외 원조는 늘 그 규모와 속도 면에서 필요한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원조가 활발히 진행되던 시절에도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개발도상국의 민간 부문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개발금융공사(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의 라틴아메리카 누적 투자액은 중국 개발은행과 기업의 투자액에 미치지 못한다. 트럼프 정부가 개발금융공사에 대한 예산을 늘리겠다고 한 보도가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러한 예산 증액이 미주 지역에서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는 데 필요한 국제개발처 예산을 깎아, 이른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형식이 돼선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대외 원조를 동결하고 관세를 부과할 것이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국가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