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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제로 혼란·부패 심화"…네팔서 왕정복고 요구 시위

"공화제로 혼란·부패 심화"…네팔서 왕정복고 요구 시위
▲ 9일(현지 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왕정복고를 원하는 시위대가 갸넨드라 샤(77) 전 국왕을 환영하고 있다.

2008년 왕정에서 공화제로 전환한 네팔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공화제 도입 이후 정치가 더 부패해졌다며 다시 왕정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10일(현지 시간) 카트만두포스트 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서부 네팔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갸넨드라 샤(77) 전 국왕 복귀를 환영했습니다.

그는 최근 몇 주 동안 네팔 전역을 순방하고 수도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시위대는 "왕궁을 왕에게 돌려줘라", "우리는 왕정을 원한다", "우리의 사랑하는 국왕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며 왕정으로 복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날 시위를 벌인 교사 라진드라 쿤와르씨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국가는 불안정하고 물가는 높으며 일자리는 없고 교육과 의료 시설은 부족하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 법은 국민들에게만 적용되고 정치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국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네팔 경찰은 시위대를 공항 진입로에서 차단했으며, 자동차로 접근이 어려워 공항 이용객들은 걸어서 공항에 접근해야 했습니다.

갸넨드라 전 국왕은 2001년 벌어진 네팔 왕실 학살 사건으로 갑작스레 왕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술에 취한 왕세자가 총기 난사로 비렌드라 국왕과 왕비 등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고, 국왕의 동생이던 갸넨드라가 국왕이 됐습니다.

그는 2005년 마오쩌둥주의 공산반군의 반란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로열 쿠데타'를 일으켜 실권을 장악했고 민주주의를 탄압했습니다.

이에 대규모 저항 운동이 벌어지면서 2006년 4월 갸넨드라는 통치 권한을 직선 총리에게 위임키로 했습니다.

2008년 새 헌법이 제정되면서 왕정에서 공화제로 전환됐고, 갸넨드라도 궁을 떠나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공화제로 전환된 뒤 2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13번이나 총리가 바뀔 만큼 정치 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통합 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과 마오주의 중앙 네팔공산당(CPN-MC), 네팔회의당(NC) 등 주요 정당 대표들이 돌아가며 몇 번씩 총리에 오르고 있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갸넨드라 전 국왕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국가를 구하고 국가적 단결을 유지하고 싶다면, 저는 모든 국민에게 네팔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우리를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왕정복고를 희망한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정치학 학자인 로크 라즈 바랄 전 주인도 네팔 대사는 AFP와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의 무능함에 왕정이 반작용으로 떠오른 것일 뿐"이라며 "왕정이 정치 불안의 근원이었던 만큼 왕정으로 복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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