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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 새 총리 맞는 캐나다, 대미 관세전쟁에서 돌파구 찾나

'경제통' 새 총리 맞는 캐나다, 대미 관세전쟁에서 돌파구 찾나
▲ 연설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자유당 신임 대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이어 캐나다를 이끌 집권 여당 자유당 대표로 마크 카니 전 캐나다은행 총재가 선출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데, 카니 대표는 금주 중에 24번째 캐나다 총리로 공식 선출돼 취임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카니 대표는 당 대표 선거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경제통'임을 내세워왔고, 마침내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캐나다 유권자들도 그동안 차기 총리 후보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적임자로 카니 대표를 우선 꼽아왔습니다.

카니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거쳐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를 지낸 인물인데, 경제 전문가로서의 그의 경력에 유권자들이 더 많은 신뢰를 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카니는 당 대표 선거운동 기간 '경제 문제를 해결'을 기치로 내걸고 경제정책에 있어 트뤼도 행정부와 차별적인 노선을 걸을 것임을 시사하며 지지를 호소해왔습니다.

카니 새 대표는 트뤼도 총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감정적인 앙금이 없는 점도 관세 협상에서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부터 진보 성향인 트뤼도 총리에 대해 호감을 보이지 않았고, 집권 2기를 시작한 뒤론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합류하라면서 트뤼도 총리를 '주지사'로 부르는 등 트뤼도 총리의 신경을 긁어왔습니다.

트뤼도 총리도 트럼프 집권 2기 취임 전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인 플로리다 마러라고로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등 관계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이 계속되자 트뤼도 총리도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며 보복관세 리스트를 준비하는 등 정면 대결도 불사하겠다며 역공을 펴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발효한 직후인 지난 5일 두 정상이 50분간 통화를 하는 과정에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당초 캐나다산 물품에 부과하기로 했던 25% 관세의 경우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물품에 대해선 한 달간 면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그다음 날인 7일엔 캐나다산 목재와 낙농제품에 대해선 상호관세(최대 250%)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카니 신임 대표는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수준에 비례한 맞대응 전략을 펼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강경책이나 유화책을 별도로 시사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트뤼도 총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악연이 없는 만큼 카니 대표는 총리 취임 후 트럼프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해빙 무드'를 모색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앞서 월가에서는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와 달리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은 협상용 성격이 짙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미국 경제와 상호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경제도 부메랑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가 미국의 경기후퇴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자 이틀 만에 USMCA 적용 물품에 대해선 한 달간 관세 부과를 면제하기로 하는 등 한발 물러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트럼프 대통령 역시 경제적 충격을 고려해 카니 총리 체제 출범을 계기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캐나다와 좀 더 유연한 관계를 설정하려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다만, 올해 안에 캐나다의 총선을 앞두고 정권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은 차기 카니 행정부의 대미 관세 협상에서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한계점으로 지목됩니다.

카니 대표의 당선으로 캐나다는 사실상 총선 정국으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입니다.

캐나다 매체 글로브앤드메일은 카니 대표가 이달 말 캐나다 의회가 새 회기에 들어가기 전에 조기 총선을 선언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경우 캐나다는 이르면 오는 4월 말 또는 5월 초 조기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카니 대표도 선거 과정에 조기 총선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현직 의원이 아닌 그는 법적으로는 의원직이 아니어도 총리로 취임할 수 있지만, 캐나다 정치 관행을 고려할 때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의원직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습니다.

조기 총선이 실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선거법에 따라 캐나다는 늦어도 오는 10월 20일 이전에는 4년마다 이뤄지는 총선을 실시해야 합니다.

두 달 전만 해도 야당인 보수당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지난 1월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이후 여당인 자유당은 야당 보수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는 모습입니다.

캐나다 CBC뉴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해 발표하는 여론조사 트래커에 따르면 자유당은 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으나 최근엔 10%포인트 안팎으로 격차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51번째 주(州)' 발언으로 캐나다인들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반감이 커진 게 자유당 지지층인 중도·진보 성향 유권자를 결집시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6개월 전만 해도 카니와 같은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특권층이면서 진보적 정치견해를 표방하는 정치인을 비꼬는 용어)은 기회가 거의 없었을 텐데 지금은 캐나다의 주권과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의 포퓰리즘보다) 카니의 진지함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는 트럼프에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치러질 조기 총선은 카니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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