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 속보 살펴봅니다. 좌표를 잘못 입력해 사고를 낸 조종사가 전날 사전 비행에서는 정상적으로 이걸 입력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사고 당일, 좌표를 잘못 입력한 뒤에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가 4번이나 더 있었지만, 이걸 모두 놓쳤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최재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투기용 이동식 하드디스크입니다.
조종사는 이런 장치에 폭탄 투하 좌표를 저장합니다.
지상에서 컴퓨터 키보드로 투하 목표 지점의 위도와 경도, 숫자를 직접 쳐 하드디스크에 우선 저장한 뒤 탑승 후 전투기에 로딩하는 겁니다.
사고 전투기 조종사는 위도에서 숫자 한자리를 잘못 입력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의 정상 좌표에서 8km 떨어진 민가 지역이 잘못 입력된 겁니다.
문제는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네 차례나 더 있었다는 점입니다.
탑승 후 저장장치 로딩 직후 한 번, 비행 중 다시 한번, 좌표를 재확인해야 했지만, 둘 다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폭탄 투하 직전에는 눈으로 목표 지점을 확인하게 돼 있는데, 이 역시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작전 계획상 투하 고도가 1.2km 정도라서 육안 식별이 가능했다는 분석입니다.
공군 관계자는 "로딩 직후, 비행 중, 투하 직전, 확인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걸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하 직후라도 폭탄을 비활성화할 수 있었지만, 그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두 조종사의 비행 경력은 1호기 600시간, 2호기 400시간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었습니다.
2호기 조종사는 좌표를 제대로 입력했던 걸로 확인돼, 왜 같이 오폭했는지도 의문입니다.
공군은 "동시 투하 훈련이었다"며 "1호기를 따라서 2호기가 투하한 걸로 본다"고 밝혔는데, 오폭을 알았는지 조사 중입니다.
사고 전날인 그제, 문제의 전투기들은 군산기지에서 훈련장까지 사전 비행을 했고, 당시에는 좌표를 정상적으로 입력했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좌표가 잘못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있었음에도 그 절차들마저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진.]
오폭 8발 가운데 5발은 민가에, 3발은 육군 6사단 영내에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병력 통행이 드문 곳에 투하돼 중상자는 없었지만, 군인 14명이 다쳤습니다.
군은 피해자가 민간인 15명을 더해 모두 29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우기정, 디자인 : 서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