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국경을 개방한 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점차 문을 열고 있습니다. 북한과 관계가 밀접한 러시아의 관광객들이 지난해 2월 처음으로 북한 관광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서방의 단체관광객들이 나선 경제특구를 방문했습니다. 나선 관광은 잠시 중단됐다고 하지만,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 관광 등 북한의 관광문호가 점차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방 단체관광객들, 나선 경제특구 방문
오랜만에 북한 관광에 나선 서방 관광객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후일담을 남겼습니다.
영국 국적의 마이크 오케네디 씨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철저히 정해진 일정대로만 여행할 수 있었다면서 "몇 번인가는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미리 알려야" 했을 정도로 통제가 심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국적의 루카 페르트멩게스 씨도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는 헌화를 해야 했고, 버스에도 좌석이 지정돼 있을 정도로 규칙들이 엄격했다면서, 마치 수학여행을 간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언급도 나왔습니다.
기자 출신으로 세 번째 북한 관광길에 오른 조 스미스 씨는 북한 사정이 과거보다 더 어려워진 느낌을 받았다면서, "호텔 방을 제외하면 난방이 되지 않았고 불빛도 희미했다"고 밝혔습니다. 더러운 호텔 방 창문에는 전체에 금이 가 있었고 "춥고 어두운 미술관은 우리들을 위해서만 문을 열어준 것 같았다"고도 했습니다. 오케네디 씨도 "모두가 일하고 있었고 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꼈다"며 "암울한 광경이었다"는 인상을 전했고, 페르트멩게스 씨는 나선 경제특구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소와 마차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목격담을 전했습니다.
김정은, 해외 관광객 유치에 힘 쏟아
김정은은 당시 "앞으로 금강산관광지구와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연결하는 관광문화지구를 잘 꾸리며 삼지연 지구의 산악관광을 비롯하여 다른 지역들의 관광자원도 적극 개발"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갈마해안관광지구가 우리 인민과 세계 여러 나라의 벗들이 즐겨찾는 조선의 명승, 세계적인 명소로서의 매력적인 명성을 떨치게 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의 앞선 언급을 보자면, 관광업이 지방과 나라의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하나의 동력이 된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북한은 핵개발로 인한 각종 대북제재로 외국 기업의 투자, 합작은 물론 주요 광물의 수출 등 거의 모든 대외 교류와 교역이 막혀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자력갱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한데, 관광업은 대북제재를 우회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대북제재도 관광객이 북한에 가서 돈을 쓰는 것을 막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뛰어난 자연경관을 이용해 해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수만 있다면, 외화부족에서 벗어나면서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울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 없는 북한 관광의 한계
국경을 다시 개방한 지 얼마 안 됐다고는 하나, 지금 관계가 좋다는 러시아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881명(러시아 연방통계청 자료)의 관광객만이 북한을 찾았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정기 여객열차가 운행을 재개하는 등 관광여건이 좀 더 좋아지고는 있지만, 올해 러시아 관광객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불투명합니다.
중국인 관광이 재개되면 관광객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으로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큰 수익이 창출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관광사업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북한 관광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에 들어 있습니다.
금강산관광이 진행됐던 1998∼2008년 동안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193만여 명이나 됐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193만여 명의 관광객 가운데 외국인은 1만 2천여 명으로 1%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거의 모든 관광객이 한국인이었다는 뜻입니다. 1만 2천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해외에서 금강산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경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다 보니 지인들과 함께 금강산관광을 가게 된 것이지, 해외에서 순수하게 금강산을 구경하기 위해 한반도로 날아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중요한 부분을 시사합니다. 금강산이 우리 민족에게는 명산일지 몰라도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을 끌어들일 정도로 뛰어난 관광자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당시 많은 한국인들이 금강산에 갔던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북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민족이라는 하지만 오랜 기간 분단돼 있는 한반도의 저편에서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많은 한국인들을 금강산으로 불러들인 것이지, 순수한 관광 목적으로만 190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금강산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민족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북한 관광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