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국방장관 퇴임=투옥·수사'의 흑역사…"군과 정치 결별해야" [취재파일]

지난 1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헌재 증인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
12·3 비상계엄의 여파로 생긴 국방장관 공석. 벌써 만 석 달이 됐습니다. 언제 누구를 국방장관으로 세울지 미지수입니다. 언제 누가 국방장관이 되든 그의 앞길이 전임 장관들이 지나간 길과 같을까봐 걱정입니다. 과거 국방장관들은 여차하면 감옥 행, 천운이 도와도 수사나 재판 받는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됐을까요.

2010년 이후 취임한 국방장관들은 예외가 없습니다. 43대 김관진, 44대 한민구, 45대 송영무, 46대 정경두, 47대 서욱, 48대 이종섭, 49대 신원식, 50대 김용현 등입니다. 한명도 빠짐없이 장관 퇴임 후 검찰 또는 공수처 수사를 피하지 못했고, 일부는 감옥 갔습니다. 지금도 한명은 감옥 안에 있습니다. 다른 부처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하나같이 정치적 사건에 연루됐습니다. 장관이 지휘하는 군도 함께 정치 사건에 엮였습니다. 정치중립을 신줏단지 모시듯 해야 하는 군이 정치에 휘말린 것입니다. 절정은 군이 정치권력의 수단으로 퇴락한 12·3 비상계엄입니다. 12·3 계엄을 정통으로 맞고도 군과 정치를 분리시키지 못한다면 51대 국방장관은 퇴임 후 평온한 노년을 기대할 수 없고, 군의 정치중립 기대도 공염불이 됩니다.
 

툭하면 구속…최소한 검찰 조사

길든 짧든 감옥 경험을 한 국방장관은 50대 김용현, 47대 서욱, 43대 김관진 등 3명입니다. 현재도 구속 상태인 김용현 전 장관의 혐의는 누구나 잘 아는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입니다. 서욱 전 장관은 2020년 9월 소연평도 인근에서 이대근 씨가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사실을 은폐 및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 석방됐습니다. 김관진 전 장관은 사이버사 댓글부대의 2012년 2월 총선 여론조작 등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48대 이종섭 전 장관은 채 해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사건으로 군 검찰에 불려갔습니다. 46대 정경두 전 장관은 사드 기지 기밀 유출 등 혐의로 작년 10월 검찰에 고발됐습니다. 49대 신원식 전 장관은 지난 1월 12·3 계엄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44대 한민구 전 장관, 45대 송영무 전 장관은 2018년 터진 기무 계엄 문건 사태로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한 전 장관은 계엄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송 전 장관은 계엄 문건 관련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확인서에 참모들의 서명을 강요한 혐의를 각각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계엄 문건 관련 서명 강요 혐의 재판 받고 나오는 송영무 전 장관

51대 국방장관은 무탈할까…"군과 정치 결별해야"

역사적 확률에 따르면 51대 국방장관도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퇴임 후 구속되거나 최소한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거의 100%입니다. 국방장관을 노리는 예비역들이 요즘 슬슬 고개를 들고 있는데 43대 김관진부터 50대 김용현까지 8명 장관의 데이터를 훑어보면 생각이 바뀔 것 같습니다.

국방장관들의 흑역사는 순전히 정치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방장관들을 검찰로, 감옥으로 끌고 간 사건들은 모두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정치권력의 입김에 떠밀려 군을 부조리하게 움직여서 생긴 사달입니다. 장관이 독자적으로 군에 하달한 명령으로 말미암은 사건은 없습니다.
2017년 11월 사이버사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 받으러 가는 김관진 전 장관
한국의 정치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군을 수단으로 삼아 이익을 좇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당은 안보 이미지 강화 또는 남북관계의 조절 및 관리를 위해, 야당은 군을 큐걸이 삼아 통수권자를 때리기 위해 군을 활용합니다. 군이 권력의 수단이 되는 후진적인 문민통제가 공고해지다가 마침내 계엄까지 발발했습니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 수준입니다.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51대 국방장관을 구원하려면 정치와 군의 야합을 깨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정치권력은 군을 부리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고, 군은 정치권력이 던져주는 떡고물에 냉담해야 합니다. 달콤했던 기억을 지워야 하는 고역이라 서로 쉽지 않습니다. 군을 국민과 국가의 수단으로 복무케 함으로써 문민통제의 기본을 복구하는 고난도 과업입니다. 군을 살리고 안보를 굳건히 하려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