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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계획이 있다. 얻어맞기 전까지는"…시험대 오르는 트럼프 보호무역 [스프]

[경제탈곡기] (글 :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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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관세를 인상했다.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은 뒀지만 현지 시각 4일 0시 1분부터 신규 관세가 발효됨으로써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들이 1차 타깃이 됐다. 여기에 자동차와 반도체 등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도 언급되고 있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공언했던 관세율 인상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관세는 단지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한 도구일 뿐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자유무역이라는 잣대로 보면 보호무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확신범에 가깝다고 본다. 관세율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국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점은 보호무역이 초래할 부작용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트럼프 행정부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인상하면서 "(관세 부과로) 고통이 따를까? 그렇다. 그러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이 모든 것은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발언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통상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조언을 하고 있는 1기 트럼프 행정부 시기 USTR(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는 '경제적 효율성, 낮은 인플레이션, 기업 이익이 다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더 이상 미국인이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국산 제품을 싸게 수입해 와 판매하는 유통 자본의 이익보다 미국의 제조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됨으로써 파생되는 비용이 더 크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저렴하게 소비해서 얻는 이득보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데 따른 비용이 더 크다는 인식인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값싼 수입품을 들여오는 유통 기업과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배치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J.D. 밴스트럼프 행정부의 부통령이 된 제임스 밴스 역시 쇠락한 공업 지역에 사는 백인 하층 노동자들을 지칭하는 '힐빌리'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를 썼다. 이 책은 제조업의 쇠퇴가 단지 경제적 이슈를 넘어 인간 존엄을 해치는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이 물가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라 미국이 정상화된 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 자유무역의 잣대로 평가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확신범이라 불려도 무방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득세와 법인세가 없고, 관세만 존재했던 19세기 후반이 미국 역사상 가장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19세기가 저물어가고 있던 1896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공화당의 윌리엄 맥킨리 후보는 민주당의 윌리언 제인스 브라이언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이때부터 대공황 발발 직전까지 이어지는 공화당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당시 대통령 선거의 주된 이슈는 미국의 화폐 제도였다. 맥킨리 후보는 금 본위제를, 민주당 브라이언 후보는 금은 복본위제를 통해 화폐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미국 북부의 금융과 산업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했고, 민주당의 정책은 디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던 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했다. 라이언 프랭크 바움이 쓴 '오즈의 마법사'는 이 당시의 논쟁을 다룬 동화이다.

결과는 공화당 맥킨리 후보의 승리. 중상주의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었던 이 시기, 맥킨리 대통령은 금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관세율을 인상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 또한 금융자본가 JP모건과 석유 재벌 록펠러 등 거대 자본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해친다는 반독점의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던 시기도 맥킨리 재임기였다. 여기에 미국-스페인 전쟁을 통해 쿠바를 사실상 장악했고, 필리핀을 무력으로 제압해 식민지로 만들었다. 보호무역, 독점 자본에 배치되는 노동자 이익 옹호, 미국 중심의 내셔널리즘 등 요즘의 트럼프 행정부와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모습들이 19세기 후반에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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