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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처마 끝 고드름에 발암물질…"주변에도 확산"

<앵커> 

과거 지붕재로 많이 쓰였던 슬레이트에는 일군 발암 물질로 사용이 전면 금지된 석면이 들어 있습니다.

수십 년 지나면서 슬레이트가 부식돼 이 석면이 흩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저희 취재진이 슬레이트 끝에 달린 고드름이 따서 분석했더니 실제로 석면이 검출됐습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살도 되기 전에 악성 중피종으로 한쪽 폐를 절제한 이성진 씨.

이 암은 석면 노출이 유일한 발병 원인으로 알려졌는데,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 슬레이트에 노출된 탓으로 보인다는 게 정부 조사 결과입니다.

[이성진/석면 피해자 : 저희 집도 전체 슬레이트 지붕이었고 손으로 직접 (슬레이트를) 집어 칼싸움하듯이 갖고 놀기도 했고….]

한 환경단체가 재개발을 앞둔 서울 상계동 주택가에서 슬레이트 지붕에 달린 고드름을 따다 분석했더니, 1군 발암물질인 백석면이 검출됐습니다.

6개 시료 중 4개에서 각각 0.5~1.75%의 백석면 섬유가 확인됐습니다.

슬레이트는 시멘트와 석면을 섞어 만드는데 시공 이후 수십 년간 풍화돼 공기 중에 흩어질 우려가 컸는데, 고드름 분석을 통해 실제 지붕 밖으로도 나오는 게 확인된 것입니다.

비가 오면 빗물을 타고 주변으로 유출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석면 슬레이트 지붕 위로 눈비가 내리면 그 집에 사는 사람뿐만이 아니고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10여 년간 30만 채 건물에 대해서 석면이 든 슬레이트 지붕 해체 사업을 벌였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슬레이트 건물이 90만 채가 넘습니다.

문제는 고령자가 사는 노후 주택이 대부분이라, 정부 해체 지원비 수백만 원을 받더라도 새 지붕재로 바꾸는 데 드는 자부담을 꺼린다는 점입니다.

[슬레이트 주택 거주자 : 발암물질이 있다는 건 다 알고 있죠. 아는데 이제 겨우겨우 사는 형편인데 교체가 힘들죠.]

영국에서 슬레이트 지붕에 작업자들이 페인트를 뿌리는 모습, 슬레이트 해체 작업이 어려울 경우 대신 먼지 물질이 흩날리지 않도록 고착제 성분이 든 특수 코팅제를 뿌리는 겁니다.

[황경욱/석면건축물안전관리협회 이사 : 코팅제를 바르거나 뿌리기 때문에 시간적인 면도 그렇고 (석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으니까 충분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슬레이트 해체뿐 아니라 코팅제 도입의 효과성을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나영,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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