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표 여부 관심 모이는 김진하 양양군수 주민소환투표
각종 비위 의혹으로 말미암아 주민소환 심판대에 선 김진하 양양군수가 '한 끗 차이'로 군수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주민소환 가결 요건인 투표율 33.3%에 1.05% 포인트가 모자랐습니다.
유권자 3분의 1 이상인 8천309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투표함 뚜껑을 열 수 있었으나 271명이 부족했습니다.
주민소환을 추진한 단체는 "투표 결과에 승복한다"면서도 주민소환제를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수직으로 세워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며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어제(26일) 강원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주민소환투표 본투표 진행 결과 유권자 2만 4천925명 중 8천38명(사전·거소투표 포함)이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이 32.25%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전국에서 청구된 147건 중 단 2건만 가결돼 직위 상실로 이어졌습니다.
성공률로 따지면 1.36%에 불과합니다.
가결 사례 모두 시의원으로, 자치단체장 중 직위를 잃은 사례는 없었습니다.
이에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청구 당시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고, 3선 군수를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관측이 주를 이뤘지만, 김 군수가 구속되면서 주민소환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지난 21∼22일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이 14.81%를 기록했고, 본투표가 이뤄진 이날도 양양지역 6개 읍·면 마련된 22개 투표소에는 아침부터 군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시내에 자리한 양양읍 제1투표소는 출근 전인 오전 8시 30분을 전후해 투표소가 붐볐습니다.
오전 9시 이후에도 투표 행렬은 줄지 않았습니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 특성상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부 군민들은 투표 참여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탓인지 마스크를 끼고 얼굴을 가린 채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신 모(54)씨는 "아무래도 투표를 하러 오면 군수 해임에 동의하는 의사로 보일 수 있어 마스크를 꼈다"며 "양양군의 명예를 실추한 김 군수에게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하 군수 주민소환에 대해 반대하는 군민도 있었습니다.
이 모(55)씨는 "개인 비위도 있긴 하지만 분명 재임 기간 실적도 있었다"며 "사법부의 판단에 앞서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군수 해임은 부적절해 보여 투표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주민소환 투표를 주도했던 이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주민소환제의 문제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주민소환을 추진한 김동일 미래양양시민연대 대표는 "선관위를 신뢰하고 투표 결과에 대해 승복한다"면서도 "선거라는 전쟁터에서 적군과 나와의 싸움이 돼야 하는데 시스템과의 싸움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김 대표는 "제도적으로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보니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수직으로 세워진 운동장'을 올라가려 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주민소환은 부결됐지만 김 군수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수수,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어 김 군수의 부정행위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부(김종헌 지원장)는 오늘(27일) 김 군수 사건의 첫 공판을 엽니다.
김 군수는 주민소환투표 소명을 통해 "군정과 관련해 그 어떠한 부정 청탁을 받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 형사법적 절차에서 입증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무죄를 주장하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됩니다.
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그 외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