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 합동훈련
미국의 도움 없는 유럽의 자력 방어에는 10년이 걸릴 수 있으며 많은 현실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현지시간 25일 진단했습니다.
먼저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후 평화유지군의 경우 2만∼4만 명 규모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서방 당국자에 따르면 러시아에 접한 동부 전선이 아닌 우크라이나 도시와 항구,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중대 국가기간시설에 배치될 것으로 보입니다.
파병 시 유럽 각국 병력이 얇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한다면 현재 준비태세가 갖춰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예비 병력으로 분류된 부대들이 흡수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나토의 전쟁 대비 계획에 구멍을 내게 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 인원 부족 상태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에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여단 약 230개가 있는데, 여러 유럽 국가가 각각 전투 능력 있는 여단 1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유럽 각국도 인정하는 대로 파병에는 미국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정보능력과 방공 자산뿐 아니라 러시아의 침공 시 지원 약속이 포함됩니다.
유럽이 자체적으로 사단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만 해도 어렵지만 유럽 방위 자체를 미국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문제는 훨씬 더 커집니다.
현재 미국이 포함된 나토의 전쟁 계획 충족을 위해 유럽 각국에 요구되는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로, 이조차 달성하지 못한 국가가 많습니다.
나토가 새로운 목표치로 3.7%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이 상당 부분 손을 떼면 4%도 훨씬 넘어야 할 수 있습니다.
돈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돈이 있다고 이를 군사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젭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브뤼헐은 유럽 대륙에서 전쟁 시 미군 30만 명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유럽군으로 대체하려면 새로운 여단 50개가 필요하고 그중 다수가 중무장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필요한 주력전차는 1천400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저스틴 브롱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유럽이 많은 현대식 전투기를 보유했으나 적의 방공망을 파괴할 만큼 탄약이 충분치 않고 훈련된 조종사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공중 전자전과 정보·감시·표적획득·정찰(ISTAR)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이 제공하고 있다"고 브롱크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나토 지휘 및 통제, 조정 능력도 문젭니다.
나토의 군사조직 최상단에 있는 유럽동맹군최고사령부(SHAPE)를 이끄는 나토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SACEUR)은 현 크리스토퍼 카볼리처럼 늘 미군이었습니다.
매슈 사빌 RUSI 연구원은 유럽의 대규모 군사조직 운영 전문가는 영국과 프랑스에 몰려 있으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나 레바논에서 벌인 공중전 같은 규모와 강도의 복잡한 작전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탄약 측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3년간 유럽의 포탄 생산이 급증했으나 여전히 북한의 도움을 받은 러시아에 밀린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 보고서에 따르면 나토 유럽 국가는 2022년 2월∼2024년 9월 신규 조달한 방공 시스템의 34%만 미국산으로 유럽산(52%)보다 적기는 하지만, 로켓포나 장거리 방공, 스텔스기 등 필수적인 부분을 미국에 의존합니다.
또 다른 중대 문제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입니다.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손을 뗀다면 러시아 깊숙이 닿을 수 있는 전략적 핵무기와 유럽 공군이 탑재할 수 있도록 유럽에 배치하는 '준전략적' 핵무기를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보유한 핵탄두는 약 400개로, 러시아가 가진 1천700여 개보다 훨씬 적습니다.
이를 2∼3배 늘리려면 수년이 걸릴 뿐 아니라 재래식 병력 증강에 필요한 비용을 상당 부분 빼앗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영국의 핵무기는 전투기가 아닌 잠수함에만 탑재됐는데 이는 핵무기 사용으로 잠수함 위치를 노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 시 능력이 제한적이고, 미국으로부터 미사일을 임차하고 있으며 주요 부품에서 협력관계에 있다고 이 매체는 짚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