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성 언론의 '전쟁'이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1개월여 만에 본격 시작한 모양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일부 기성 언론사는 압박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우호적인 보수 성향 뉴미디어 등을 우대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출입기자단이 가졌던 백악관 공동취재단 구성 권한을 백악관이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25일 브리핑에서 "향후 백악관 행사의 공동취재단(풀·pool)은 백악관 공보팀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미디어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 대통령의 개별 일정은 많은 경우 공간상의 제약과 경호 문제 때문에 원하는 모든 미디어에 근접 취재를 허용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가 대통령 참석 행사마다 신문과 방송, 뉴스통신사 등의 소수 기자로 공동취재단을 꾸려 '대표 취재'를 하게 한 뒤 취재 내용을 메모 형태로 정리해 현장에 가지 못한 나머지 기자들과 공유하도록 해왔습니다.
결국, 공동취재단 구성 권한을 가져가겠다는 백악관의 입장은 공동취재단이 공유하는 취재 메모에도 기자 개인의 성향이 은연중에 반영될 수 있는 만큼 우호적인 매체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에 진보·보수 매체 양쪽 모두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진보 성향인 뉴욕타임스(NYT)의 피터 베이커 기자는 백악관의 발표 당일 곧바로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집권 초기에 모스크바 주재 특파원으로 일했는데 이번 일은 크렘린이 공동취재단을 장악해서 순응하는 기자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던 일을 상기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의 백악관 출입기자이자 WHCA 이사회 멤버인 잭키 아인리히 기자는 엑스에 "이것은 근시안적 결정"이라며 백악관 주도의 공동취재단 구성이 고착되면 향후 민주당 정부는 역으로 보수 매체나 다른 비판적인 목소리를 몰아내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WHCA도 성명을 통해 "정부가 어느 매체가 대통령을 취재할지 선택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 자유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일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일부 기성 매체를 향해 공세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백악관은 '멕시코만' 표기를 '미국만'으로 변경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14일부터 AP통신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 전용기 취재 등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에 '편파적이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 공표'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ABC뉴스와 CBS뉴스, 아이오와주 지역 신문인 디모인레지스터 여론조사 담당자 등에 취임 전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백악관은 독립 언론인들과 팟캐스트 운영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에게 심사를 거쳐 백악관 출입 자격을 부여한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