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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들의 의사' 베네수엘라 역사상 첫 가톨릭 성인 반열 오른다

'빈자들의 의사' 베네수엘라 역사상 첫 가톨릭 성인 반열 오른다
▲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 지역 성당에 놓인 에르난데스 이미지

100여년 전 스페인독감 창궐 당시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치료했던 베네수엘라 의사가 가톨릭 성인(聖人) 반열에 오르게 됐습니다.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과 AFP통신에 따르면 '빈자들의 의사'로 불리며 널리 존경받아온 의사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1864∼1919)가 베네수엘라 역사상 처음으로 성인 자격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폐렴으로 입원 치료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諡聖) 절차를 밟을 것을 승인했습니다.

시성은 복자(福者)를 한층 높여 성인위(聖人位·성인의 지위)에 올리는 것을 뜻합니다.

가톨릭교회는 공적인 공경 대상으로 올려진 이에게 가경자(可敬者), 복자, 성인 등의 경칭을 부여합니다.

베네수엘라 북동부 트루히요주(州)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에르난데스는 베네수엘라와 유럽 여러 곳에서 의술을 공부한 후 연구와 진료에 매진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무료로 치료를 해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스페인독감이 베네수엘라에 유행할 당시에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봤습니다.

에르난데스는 1919년 가난한 환자에게 줄 약을 직접 사서 오던 길에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2017년 총상 후 영구 뇌손상을 받았다가 회복한 베네수엘라 10살 소녀 사례가 에르난데스를 향한 기도 덕분이라는 '기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0년 6월 시복 교령에 서명한 바 있습니다.

에르난데스는 많은 베네수엘라 가톨릭 신자에겐 희망과 존경의 대상이라고 현지 일간은 보도했습니다.

콧수염이 특징인 그의 얼굴 이미지는 포스터, 도시 벽화, 광고판 등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침대에 누운 병자의 머리맡 또는 묘지 주변에서도 에르난데스 형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 가톨릭 신자들은 시성 결정에 환영했습니다.

수도 카라카스 내 라파스토라 지역에 있는 에르난데스 옛 무료 진료소에는 주민들의 방문 행렬이 늘어났고, 베네수엘라 가톨릭교회에서도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역사적인 이정표"라며 기쁨을 표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습니다.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베네수엘라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전 후보는 엑스에 "오늘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희망이 싹텄다"며 "베네수엘라에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우리의 자신감이 다시 한번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적었습니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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