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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이션 소개팅'을 아시나요?…짝 찾기도 '가성비' 따진다

'로테이션 소개팅'을 아시나요?…짝 찾기도 '가성비' 따진다
▲ "서로 알아가는 단계"

지난 20일 오후 8시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한 파티룸, 신분증 검사를 마치고 입장한 청춘 남녀 22명이 어색하게 마주 앉았습니다.

이날 이곳에서는 '로테이션 소개팅'이 진행됐습니다.

통상 소개팅은 남녀 한 쌍이 만나지만, 로테이션 소개팅은 다수의 남녀가 모여 번갈아 가며 서로를 알아가는 소개팅입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많은 이성을 알아갈 수 있어 효율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소개팅 문화입니다.

이날 행사는 10명의 여성이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12명의 남성이 테이블을 옮겨가며 각각 10분 동안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입장과 동시에 참가자들은 가슴팍에 번호를 달고,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프로필을 작성했습니다.

프로필에는 이름, 나이, 직업, 취미, MBTI 등 연애에 필요한 기본 정보부터 결혼관, 주량, 흡연 여부, 정치색 등 세부 정보까지 담깁니다.

원한다면 재산도 공개할 수 있습니다.

흡연한다면 전자담배인지 연초인지, 성별만 다를 뿐 동성 친구나 다름없는 일명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결혼하고 싶다면 몇 년 안에 하고 싶은지 등 내밀한 내용을 담은 항목도 있었습니다.

소개팅 주관 업체마다 프로필 양식은 세부적으로 다르지만, 사용 목적은 동일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상대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소개팅 참가 신청은 모임 앱 등을 통해 접수하며 참가 시 3만∼5만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직원의 안내와 함께 첫 번째 테이블의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파티룸에는 레이첼 야마가타의 '비 비 유어 러브'와 같은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서로를 탐색하고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은 단 10분, 시작과 동시에 테이블마다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졌습니다.

상대의 얼굴과 프로필 카드를 오가며 참가자들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퇴근 후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MBTI가 저랑 비슷하시네요", "요즘 넷플릭스로 어떤 것을 보세요?" 등 제법 '소개팅'다운 대화가 오갔습니다.

하하 호호 소리가 끊이지 않는 남녀가 있는가 하면 애꿎은 물 잔만 비워내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는 남녀도 있었습니다.

직원은 참가자들의 물 잔을 채워주기 바빴습니다.

사람에 따라 10분은 충분할 수도, 부족할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결혼한다면 자녀는 몇 명 낳고 싶은지, 꿈·진로는 무엇인지 등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남녀도 보였습니다.

10분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상대를 향해 메시지를 적어 전달해야 합니다.

상대가 마음에 든다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며 '애프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즐거웠어요"와 같이 형식적인 인사를 남기면 됩니다.

상대에게서 받은 메시지는 소개팅이 최종 종료될 때까지 열어볼 수 없습니다.

상대가 못 보게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적는 참가자들에게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연애 프로그램 속 최종 선택의 시간처럼 파티룸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일부 남녀는 아쉬운 나머지 메시지를 적으면서 소곤소곤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이런 이들이 소개팅 이후 커플 성사율이 높다고 합니다.

4번째 테이블에 이르자 참가자들에게서 조금씩 지친 기색이 엿보였습니다.

직원은 기자에게 "두 시간 내내 낯선 이성과 대화를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물 잔을 7잔 비우는 참가자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가 마무리되는 데는 총 2시간이 걸렸습니다.

여성은 2시간 동안 12명의 남성과, 남성은 10명의 여성과 각각 소개팅을 한 셈입니다.

로테이션 소개팅의 장점은 효율성입니다.

이날 소개팅을 주관한 권준혁 감정적인오렌지들 대표는 "가성비가 좋다는 반응이 많다"며 "요즘 커피 한 잔을 마시러 가도 2만 원은 나오는데, 여기서는 치킨 한 마리 먹을 돈으로 이성 10명을 만나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개팅에서 밥 먹으며 서너 시간 얘기해 봐야 서로 안 맞으면 그만"이라며 "잘 맞는 사람이랑은 2∼3분 안에 느낌이 오지 않나"라고 했습니다.

소개팅 장소 및 식사 메뉴를 정하는 등 사전 작업이 필요하지 않은 점, 맞선처럼 무겁지 않은 분위기 등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나는솔로', '환승연애', '솔로지옥' 등 TV에서 보던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식 만남을 현실 속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 요소입니다.

다양한 사람을 짧은 시간 안에 만나 상대와 케미(호흡)를 비교해보는 행위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지난달 로테이션 소개팅에 참여한 박 모(29) 씨는 "'인만추'(인위적 만남 추구)지만 그 안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결혼정보회사처럼 나를 평가하는 느낌이 없어서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수원에서 로테이션 소개팅을 열기 시작한 권 대표는 현재 강남, 홍대, 인천 등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보통 2주 전에는 소개팅 참여자가 성원된다고 합니다.

로테이션 소개팅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연령, 직업, 자산 등에 따라 참여자를 세부적으로 나눠 소개팅 성사율을 높이는 업체도 있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늘(25일) "최근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성에 대해 보다 뚜렷한 주관이 있고, 본인과 유사한 동질적인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 동질 연애 트렌드가 강하다"며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회와 맞물려서 이러한 형태의 만남이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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