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독일 좌파당 화려한 복귀…36세 원내대표의 선거전략 통해

독일 좌파당 화려한 복귀…36세 원내대표의 선거전략 통해
▲ 하이디 라이히네크

지난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최대 이변은 진보정당 좌파당의 부활이었습니다.

현지 언론은 팔뚝에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 얼굴을 문신으로 새기고 당의 간판으로 나선 36세 원내대표 하이디 라이히네크가 좌파당을 궤멸 위기에서 구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좌파당은 이번 선거에서 정당득표율 8.8%로 전체 630석 중 64석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18∼24세 청년층 표의 27%를 쓸어 담았다. 수도 베를린에서는 득표율 19.9%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옛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을 일부 계승한 좌파당은 주요 지지 기반이었던 동독 지역에서 AfD가 득세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인기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자기 이름을 딴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을 따로 만들어 나가면서 존폐 위기에 몰렸습니다.

작년 6월 유럽의회 선거 때 득표율은 2.7%에 그쳤습니다.

좌파당은 지난달만 해도 전국 득표율 5% 기준에 못 미쳐 연방의회에서 퇴출당할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3%대이던 지지율을 한 달 만에 3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반전 드라마를 썼습니다.

평화 군축과 사회적 평등을 핵심 의제로 삼는 좌파당은 이번 선거에서 부유세 도입을 공약하고 임대료 폭리를 신고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라이히네크 원내대표의 틱톡을 활용한 선거전략과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가 먹혔습니다.

라이히네크 원내대표는 이전부터 SNS 홍보전에서 한참 앞서 나간 극우 독일대안당(AfD)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를 따라잡을 유일한 정치인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의 틱톡 팔로워는 53만 명, 인스타그램은 41만 명으로 독일 정치인 가운데 두 번째로 많습니다.

그는 지난달 말 의회에서 극우 정당과 협력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를 향해 호통을 치며 격정적으로 연설했습니다.

연설 장면을 편집한 틱톡 동영상 조회수가 700만 번을 넘으면서 지지율도 함께 뛰었습니다.

좌파당은 지난해 11월 붕괴한 '신호등' 연립정부를 심판하자며 '신호등 다음엔 좌회전'을 구호로 내걸었습니다.

극우 정당에 대한 '방화벽' 논쟁 당시 라이히네크 원내대표의 연설과 SPD·녹색당 소속 나이 든 정치인들의 미지근한 비판이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실제로 SPD와 녹색당 지지층이 대거 좌파당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간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은 좌파당이 포퓰리즘을 내세우고 메르츠 대표를 악마화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현지 매체 RND는 "주택난과 빈곤, 생필품 물가 등 다른 정당이 소홀히 다룬 청년층 관심사에 초점을 맞췄다"며 "사망선고를 받았던 좌파당이 대도시 여성 표에 힘입어 연방의회에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고 논평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