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 후판 생산 모습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최근 5년 새 악화해온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식' 철강 수출에 칼을 빼 들었습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속적인 중국발 공급 과잉과 트럼프 2기의 철강 25% 관세 공격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이뤄졌습니다.
정부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흐름 속에 국내 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불공정 무역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오늘(20일) 회의를 열고 중국산 후판에 대한 잠정 덤핑 방지 관세 27.91%∼38.02%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한 현대제철의 반덤핑 제소 이후, 같은 해 10월 무역위가 조사 개시에 들어간 지 넉 달여 만에 이 같은 예비판정이 내려졌습니다.
국내 철강 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2023년부터 본격적인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국내 후판 수요는 2021년 811만t(톤), 2022년 821만t, 2023년 839만t 등으로 꾸준히 800만t 안팎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780만t을 기록하면서 800만t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 가운데 후판 수입량은 2021년 126만t, 2022년 190만t, 2023년 222만t, 2024년 206만t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내 후판 수요량은 줄었지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난 상황입니다.
한국철강협회의 수입 통계를 보면 중국산 수입량은 2022년 81만 3천t에서 2023년 130만 9천t으로 1년 만에 61% 뛰어오른 뒤 지난해에는 138만 1천t으로 더 늘었습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후판 수요량(780만t)에서 중국산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7%가량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정부의 이번 중국산 후판 관세 부과가 국내 철강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국내 후판 시장 규모는 약 8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국산에 비해 30∼40% 안팎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1월 기준 국산 유통가는 1t당 105만 원이었지만, 중국산 수입원가는 74만 8천 원으로 중국산이 국산보다 28.76% 저렴합니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 후판을 생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사도 경영 환경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철강·무역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대(對)중국 무역구제 조치가 중국과의 통상 마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우려도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