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형사재판 뒤에는 막바지로 향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도 출석했습니다. 심판정에서는 한덕수 총리와 마주치는 게 좋지 않다며 잠시 퇴정하기도 했습니다.
아침 8시 37분쯤 구치소에서 나와 밤늦게까지 두 개의 재판을 받으면서 긴 하루를 보낸 겁니다.
첫 형사재판 13분 만에 종료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 시작에 앞서 사건의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입니다.
윤 대통령은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은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 나타났습니다.

윤 대통령은 재판부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생년월일을 확인하는 재판부 질문에 작게 '네'라고 답했습니다. 그 뒤에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혐의 사실 인정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록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인정 여부를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여타 사건과의 병합 심리와 집중 심리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반면 검찰은 병합 심리 반대, 주 2~3회 집중 심리 입장을 밝히며, 준비된 서면 증거가 7만 쪽이라고 말했습니다.
형사재판 첫 준비기일은 탐색전 속에 13분 만에 끝났습니다.
이어 구속 취소 청구에 대한 심문이 진행됐습니다.
윤 대통령 측 김홍일 변호사는 검찰이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해 위법하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유효한 구속 기간 내 적법하게 기소됐다"라고 맞받았습니다.
언제 구속 취소 여부를 결정할지에 대해 재판부는 "지금은 단언해서 말하기 힘들지만, 심사숙고하겠다"고만 했습니다.
구속취소청구심문이 진행된 1시간가량 윤 대통령은 말 없이 경청했습니다.
서초동 법원에도 지지자 집결
호송 차량이 법원 앞 사거리를 지나자 지지자들은 "윤석열 파이팅", "이재명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일부는 'STOP THE STEAL(스톱 더 스틸)' 팻말을 들고 법원 문 앞까지 뛰어갔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 인파와 직장인들의 출근길이 겹치며 한때 법원 일대에는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습니다.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에 대비해 온라인상에서 어제(19일)부터 결집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중앙지법 주변에 기동대 50개 부대 3천200여 명을 투입해 경비를 펼쳤습니다.
윤 대통령은 10시부터 시작된 첫 공판준비기일과 구속취소심문을 모두 마친 뒤 11시 30분쯤 호송차를 타고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빠져나갔습니다.
탄핵심판정 출석 5분 만에 퇴정
증인으로는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이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간격으로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다만 오후 3시 5분쯤 대리인인 정상명 변호사와 귓속말을 한 뒤 증인신문 이전에 퇴정했습니다.
검찰총장을 지낸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초임 검사 시절 부장으로, '멘토'로 불려왔습니다.
윤 대통령이 돌연 퇴정한 이유에 대해 윤갑근 변호사는 변론 도중에 "(한덕수) 총리까지 증언하는 것을 대통령이 지켜보는 게 좋지 않아서 퇴정했다"면서 재판부에 "변호인들과 상의만 해서 퇴정한 점에 대해 양해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국가 위상에도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퇴정하면서 한덕수 총리와 대면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증인신문에서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에 대해 모두 만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지난달 23일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국무회의 당시 동의한 사람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 "누구인지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답변한 것과는 다른 답변입니다.

▷ 국회 측 변호인: 비상계엄 선포에 찬성하는 사람 있었나요?
▶ 한덕수 총리: 모두 만류하고 걱정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 국회 측 변호인: 김용현 전 장관은 찬성하는 사람 있었다고 했는데 왜 진술이 다른가요?
▶ 한덕수 총리: 제 기억과는 다릅니다.
한 총리는 또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틀 뒤 열리는 행사에 대신 참석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일상적 의전, 예를 들면 이틀 뒤에 무역협회의 '무역의날' 행사가 있었다. 거기에 대신 좀 참석해달라거나, 그런 말을 들은 것 같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적어도 이틀 이상 유지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경고성 계엄'이므로 반나절 만에 끝나도록 계획했다는 윤 대통령 측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윤 대통령 측이 한 총리 신문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입증할 계획이었지만, 윤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도 꽤 나온 겁니다.
홍장원 "메모 실물 갖고 왔다"
오후 5시 10분부터 시작되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인신문을 지켜봤습니다.
이때부터는 이른바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에 대한 공방이 치열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사태 때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당시 작성한 메모 실물을 가져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메모의 신빙성 흔들기에 나섰습니다.
윤갑근 변호사는 "체포 명단 메모를 정서한 보좌관이 현대고를 졸업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친구가 아니냐"고 처음으로 한동훈 친구를 언급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보좌관의 친구가 누구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맞섰습니다.

▷ 윤갑근 변호사: 메모 정서했다는 보좌관이 현대고 나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친구 아닙니까?
▶ 홍장원 전 차장: 제 보좌관 친구까지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당일 국정원 CCTV를 공개한 뒤 홍장원 전 차장의 발언은 거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홍 전 차장이 탄핵심판의 핵심 증인인 만큼 심판정 밖의 장외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