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7월 발생한 서울시청 앞 역주행 사고를 비롯해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버스나 택시 같은 사업용 자동차를 모는 만 65세 이상 운전기사에 대한 자격유지 검사를 더 까다롭게 바꾸기로 했습니다.
엄민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이 시험장에 모였습니다.
택시나 버스, 화물차 운전자들의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정기 검사입니다.
[최진강/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사업1처 : 각도가 이렇게 좁아져 가지고 옛날에 젊으셨을 때 보이셨던 물체가 안 보이시는 분이….]
자동차 그림이 나타나면 위치를 기억하는 시야각 검사, 대부분 잘 맞추지만 힘겨워하는 운전자도 있습니다.
[아, 이거 이해가 안 가네.]
공간 인지능력을 알아보는 도로 찾기 검사에서는 단순한 길은 잘 맞히다가도 조금 복잡해지면 제한 시간 20초를 넘기기도 합니다.
[아, 이거 뭐냐.]
신체와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7가지 검사를 마치면 바로 합격 여부가 가려지는데, 이날 시험 본 55명 중 54명이 합격했습니다.
[민영희/택시 운전(69세) : 처음엔 긴장이 돼 가지고 그랬는데 안정되니까 좀 괜찮아졌어요.]
7개 검사항목 가운데 2개 이상에서 최하 등급인 5등급을 받으면 불합격인데, 난이도 자체가 높지 않은 데다 반복 검사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런 경우는 드뭅니다.
지난해 자격유지검사의 전체 평균 합격률은 98.5%에 달합니다.
[김부용/마을버스 기사(77세) : 지금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 같습니다.]
65세 이상 버스, 택시, 화물차 운전자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자격 유지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평가 기준으로는 운전 능력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정부는 기존 기준에 더해 앞으로는 사고 관련성이 높은 4개 주요 과목에서 4등급이 2개 이상 나와도 부적합으로 판정하기로 했습니다.
부적합자는 14일마다 횟수 제한 없이 반복 검사가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세 번째 재검사는 30일 이후에 가능합니다.
[김유인/국토부 교통서비스정책과장 : 초고령 사회로 접어듦에 따라 고령 운수 종사자 비율도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전 관리 필요성도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또 운전 중 실신 가능성이 있는 초기 고혈압이나 당뇨 진단자의 경우 6개월마다 의무적으로 후속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김종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