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 개시…미국·러시아·우크라 3국 입장 차·난제는

현지시간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고위급 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전 종전 방안 마련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각각 수석대표인 양국 대표단은 이날 원만한 분위기 속에 서로의 입장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기본적 입장 차이가 큰 탓에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쟁을 치르는 직접 당사국이면서도 초기 협상에서 배제된 우크라이나의 동의가 실제 휴전에 필수적인 데다가 부수적으로 유럽 국가들의 입장까지 감안해야 하는 점도 변수입니다.

러시아는 침공을 통해 장악한 지역을 자국 영토로 반영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선을 새로 긋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병합했다고 선언한 루한스크·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 등 동부와 남부 4개 주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서방 측이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4개 주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은 우크라이나가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권이 들어서기를 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영구적으로 중립화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나 서방 측 군대의 우크라이나 배치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가해 온 제재조치는 종전과 함께 종결돼야 하며 나토 확장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주권국가로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조건으로 평화조약이 체결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럽에서 러시아가 자국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른바 '러시아 세력권'을 인정할 수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중국, 북한, 이란 등과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일이 없도록 미국도 어느 정도의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비현실적" 등 표현을 써가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의 제재 해제 요구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어느 시점에 유럽이 협상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전후 계획과 관련해 젤렌스키 정권에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을 거론하며 전쟁으로 보류된 대선을 빨리 치르라고 압박했습니다.

서방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에 친러시아 정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내놓았습니다.



우크라이나 내 여론조사를 보면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모두 되찾지 못하더라도 러시아와 평화조약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러시아 합병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의 안전보장이 없이는 지속 가능한 평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요구가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법에 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 없이 내려질 수 없으며 어떤 조건도 강요될 수 없다"며 자국이 배제된 회담 결과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