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호자인 아들(왼쪽부터), 환자 권 씨,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
복부대동맥류 파열로 35분간 심정지 상태였던 환자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2개월여간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와 보호자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의료진에게 감사하며 "기적을 선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어제(18일)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파주시 자택에서 샤워 중이던 권 모(84) 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습니다.
치매를 앓던 권 씨를 곁에서 돌보던 아들이 발견하고 즉시 119에 신고했습니다.
권 씨는 평소 진료받던 경기도 고양시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검사 결과 복부대동맥류 파열로 진단돼 긴급 수술이 가능한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으로 전원 됐습니다.
복부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장기로 가는 통로입니다.
동맥이 풍선처럼 부풀다가 터지는 대동맥류는 순식간에 대량 출혈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초응급 질환입니다.
권 씨와 보호자는 같은 날 오후 5시 30분쯤 이대서울병원 내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 도착했으나 권 씨의 심장이 멈춘 상태였습니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송석원 교수팀은 권 씨가 도착하자마자 35분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심장이 뛰지 않아 수술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오열하며 "아버지가 오랫동안 치매를 앓았다. 아버지랑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지가 너무 오래다. 꼭 소생시켜 달라"고 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송 교수팀은 때를 놓치지 않고 즉시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환자는 무사히 복부 대동맥 인조혈관 치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들어갔다가 약 3주 뒤에는 일반 병실로 이동할 정도로 호전했습니다.
이후 심폐 기능 회복, 근력 및 지구력 강화 등 재활치료를 거쳐 지난 14일 퇴원했습니다.
이런 사연은 아들 권 씨가 퇴원하며 '송석원 교수님과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의료진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남기며 알려졌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일반 병실로 온 후 송석원 교수가 첫 회진 때 '아버님은 정말 기적이었다'고 말해주셨는데 저야말로 교수님을 만난 것이 기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송 교수는 "매일 초응급환자를 마주하지만 이렇게 35분 동안 뛰지 않던 심장이 다시 뛰어 살아난 경우는 드문 사례로 그저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며 "아들의 간절한 염원 덕분에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