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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 자극적 보도에 멍드는 스타들…비극의 고리 끊으려면

악플 · 자극적 보도에 멍드는 스타들…비극의 고리 끊으려면
▲ 배우 김새론

배우 김새론이 2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연예인을 향한 과도한 '악플'(악성 댓글)과 악성 보도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습니다.

연예인이 비난 여론에 시달리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면 추모와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스타들을 향한 비난이 활개 치며 비극이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악플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2020년부터 포털 사이트 연예뉴스 댓글이 폐쇄됐고, 연예기획사도 강경한 법적 대응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이를 불식시킬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을 감정의 배출구로 여기는 악플러는 물론,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의 보도행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6일 세상을 떠난 김새론은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비난 여론에 휩싸이며 3년간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이미 출연 중이던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하차했고, 이후 연극을 통해 복귀하려 했으나 이 역시 싸늘한 시선에 막혔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하나하나가 '음주운전'이란 낙인과 함께 기사화됐고, 카페에서 일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조롱 섞인 비난이 따라왔습니다.

지난 2023년에는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세상을 등졌습니다.

당시 이선균의 피의사실과 관련된 온갖 사실이 무분별하게 보도됐고, 인터넷상에서 인격적인 모독이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사이버 렉카'라고 불리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선균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다뤄졌고, 기성 언론까지 이선균의 사적인 녹취를 보도해 비판받았습니다.

이보다 앞서 2019년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와 구하라가 잇달아 세상을 떠나는 비보가 전해졌을 때도 악플에 대한 자성론이 대두됐습니다.

설리는 인터넷에서 '설인업'(설리 인스타그램 업로드)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SNS에 올리는 일상 사진 한 장, 영상 한 편이 관심을 받았고, 성희롱에 가까운 악플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구하라 역시 전 연인으로부터 협박당해 긴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누리꾼들의 성희롱 섞인 댓글에 시달렸고, 생전 이에 대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악플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는 2020년 연예 기사 댓글을 폐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악플이 포털에서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자리를 옮겨 활개치고 있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은 (연예인을) 자기감정을 배출하는 창구로 여기는 것"이라며 "얼굴이 알려지거나 잘 나가는 사람이 실수했을 때 그것으로 위안을 얻고 (악플러들 사이의) 소속감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곽 교수는 이어 "(악플은) 상대방에게는 엄청난 폭력"이라며 "개개인이 자신과 별 관련 없는 일에 (과격한 댓글을) 자제하고 절제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거나 사이트에서 퇴출하는 등 제재와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이 연예인의 사건·사고에 유독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며 비판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부원장은 정치인이나 공직자와 달리 연예인의 인기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깨지기 쉬운 성질이 있다며 "연예인의 경우 여론이 밀면 밀리고, 바로 사과하거나 자숙한다. 그래서 (뉴스 소비자들이) 잘 밀리는 쪽을 더 세게 미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악플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영상이나 일거수일투족을 실어 나르는 보도 행태도 문제로 꼽힙니다.

박영흠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치인에겐 비교적 관대하면서 연예인에겐 과도하게 도덕적인 것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는데, 언론이 이를 받아서 전달한다"며 "언론과 누리꾼이 상호작용하면서 비난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규모 미디어는 조회수 증가를 노리면서 선정적으로 기사를 쓰는 경향이 있고, 근래에는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라는 언론사들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며 "비난하고 공격해서 클릭을 유발하는 것이 수익을 낳기 때문에 (연예인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론 나아가지 않는 것 같다. 제목도 덜 자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연예계에선 과거에는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만큼 악플을 감내하는 분위기였지만, 몇 년 전부터는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방탄소년단(BTS)·세븐틴 등이 소속된 하이브는 주기적으로 악성 게시물 작성자를 고소해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그 경과를 공지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뮤직(하이브 산하 레이블)에 따르면 명예훼손 등으로 검찰에 송치된 다수가 최대 2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블로그를 통해 수백 건의 모욕·명예훼손 게시글을 작성한 이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됐습니다.

NCT·에스파 등이 속한 SM엔터테인먼트도 2023년 소속 가수의 권익 보호를 위한 온라인 신고 센터 '광야119'를 개설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연예 기획사들은 최근 SNS,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넘어 소속 연예인을 겨냥한 이른바 '사이버 렉카'로도 법적 대응의 범위를 넓히는 분위기입니다.

아이브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멤버 장원영을 상대로 악성 루머를 퍼뜨린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를 찾아내 고소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를 필두로 강다니엘과 방탄소년단의 뷔·정국도 잇따라 '탈덕수용소'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각각 수천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송 비용 때문에 기획사들이 법적 대응을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연예인이 악성 댓글을 읽으면 그 충격이 공황 장애와 활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잦기 때문이다. 스태프가 악성 댓글을 읽어도 정신적 충격이 상당할 정도인데, 당사자는 더욱 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카카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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