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셜미디어 X의 대주주인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좌표 찍기'를 하면 머스크의 추종자들이 떼로 몰려가 협박과 인신공격을 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관료주의적 낭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 '정부감시프로젝트'(POGO)에서 정부업무국장으로 활동하는 딜런 헤틀러-고뎃이 당한 봉변이 가장 최근 사례입니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지난 12일 연방하원의 '정부효율실현' 소위원회 주최 청문회에 출석해 감찰의 독립성과 내부고발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DOGE의 활동을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머스크는 "조지 소로스가 돈을 대주는 감시단체의 눈먼 국장"이라며 그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이 게시물의 조회수는 2천100만여 회를 넘었고, 머스크 추종자들은 이를 보고 떼로 몰려가서 협박과 조롱을 일삼았습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이런 방식으로 추종자들을 동원해 비판자들을 괴롭힌 사례 중 일부를 소개했습니다.
WP는 "머스크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협박하고 반대발언을 위축시킬 수 있는 유례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엄청난 온라인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는데다 콘텐츠 관리 규칙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고, 개인정보 접근이 가능한 정부조직의 수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머스크는 2022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부터도 개인 계정을 이용해 비판자들을 공격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2018년에 과학 분야 프리랜서 기자인 에린 비바는 머스크를 비판했다가 머스크 추종자들로부터 이메일, 트윗, 인스타그램 등으로 엄청난 공격을 당했습니다.
이 중에는 여성인 비바 기자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고 X로 바꾼 뒤에는 콘텐츠 관리 담당자들 거의 모두를 해고하고 전문 기관에 의한 팩트체크를 폐지했으며, 본인이 올린 게시물이 X에서 가장 잘 전파되도록 알고리즘을 바꿨습니다.
머스크는 이제 미국 정치에서 온라인 발언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입니다.
현재 머스크의 X계정 팔로워 수는 2억 1천700만 명에 이릅니다.
머스크가 게시물을 올려 '좌표 찍기'를 하면 추종자들이 피해자와 그 가족의 개인정보를 뒤지고 피해자가 재직 중인 직장에 허위신고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힙니다.
추종자들은 밤새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거는 수법을 쓰기도 합니다.
트위터에서 개인정보 보호 담당 임원을 맡았던 요엘 로스는 머스크가 그에 관해 올린 허위 게시물 탓에 머스크 추종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이사를 해야만 했다고 의회에서 증언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캐서린 롱 기자가 DOGE 근무자의 인종차별 발언을 폭로한 후 머스크는 롱 기자에 대해 "구역질나고 잔인한 사람"이라며 "즉각 잘라야 한다"며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라이언 칼로 워싱턴대 법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이 나라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며 "왜냐하면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부가 보복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WP는 이 기사에 대해 머스크에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