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76.6%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주택이 10채 거래됐다면 그중 7∼8채는 아파트였다는 뜻입니다.
역전세,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아파트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오늘(17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64만 2천576건 이뤄졌습니다.
이 중 아파트 거래량이 49만 2천52건으로 전체의 76.6%를 차지했습니다.
다세대주택 거래량이 7만 5천943건(11.8%)으로 아파트 다음으로 많았고, 단독주택(7.5%), 연립주택(2.9%), 다가구주택(1.2%) 순이었습니다.
지난해 아파트 거래 비중은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높습니다.
주택 매매거래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중후반에서 70% 초반대를 오가다가 집값이 급등기인 2020년 73.0%까지 뛰었습니다.
2021년 아파트 거래 비중은 65.9%로 다시 낮아졌고,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며 주택 거래량이 반토막 난 2022년에는 58.7%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2023년 역전세·전세사기 사태로 빌라(다가구·다세대·연립) 매매거래량이 전년의 14만 2천 가구에서 9만 3천 가구로 34% 급감하자 아파트 거래 비중은 다시 74.2%로 높아졌습니다.
지난해는 빌라 거래량이 20만 4천가구로, 전세사기 사태 이전인 2021년 수준(24만 1천 가구)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보다 19.5% 늘면서 아파트 거래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아파트'하면 보통 서울을 떠올리지만, 지방 주택거래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서울보다 훨씬 높습니다.
지난해 서울 주택매매 거래에서 아파트 비중은 62.4%였습니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지만 아파트 거래 비중이 이미 90%를 넘는 지방 도시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대구에서 일어난 주택 매매거래 2만 7천663건 중 90.5%(2만 5천27건), 광주에서도 1만 8천497건 중 90.5%(1만 6천740건)가 아파트였습니다.
세종의 경우 주택거래의 96.3%를 아파트가 차지했습니다.
울산(89.5%), 대전(82.5%), 경남(81.9%), 부산(81.3%)은 아파트 거래 비중이 80%를 넘었습니다.
아파트 아닌 주택 거래가 거의 없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로 매매가 쏠리는 '편식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MZ세대가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거래주체가 된 점도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인구 감소시대에는 환금성과 유동성의 가치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아무리 좋은 집이어도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