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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프로게이머는 왜 살인자가 되었나.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유명 프로게이머가 벌인 살인사건을 추적했다.
지난해 5월 서른셋의 현아 씨는 부모님에게 베트남으로 출장을 간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다음 날 주베트남 대사관에서 현아 씨가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베트남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만에 호텔 객실에서 사망한 현아 씨. 누군가에게 심한 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린 흔적이 남아있던 현아 씨. 그리고 현장에서 그의 남자친구 이 씨가 체포되었다.
이 씨는 현아 씨와 함께 호텔 객실로 들어간 지 10분 뒤 홀로 나와 옥상에서 자살 소동을 벌였고 이 때문에 체포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현아 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것. 그리고 현아 씨를 살해한 이 씨는 닉네임 '야하롱'의 유명 프로게이머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의 프로게이머로서 한때 최고 유망주로 떠오르기도 했던 이 씨. 그는 현아 씨가 성관계를 거부해 살해한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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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사람은 커플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었다. 이 씨가 현아 씨보다 하루 먼저 베트남에 입국했던 것. 그리고 그는 베트남 현지 공안에 체포되어 구금되었고 그를 데리고 나오기 위해 현아 씨가 베트남에 입국했던 것이다. 경찰에서 이 씨를 데리고 나와 같이 호텔로 향했는데 객실에서 그런 변을 당한 것.
얼굴에 다수의 손상과 목에 조른 흔적이 남아 있었던 현아 씨. 이에 전문가는 목이 졸린 상황에서 발버둥 치며 저항한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범인이 목을 조른 후 피해자의 코와 입을 베개로 막으며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다리 안쪽에 남은 멍으로 보아 성폭행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씨가 현지 경찰에 체포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원래 묵기로 했던 호텔 근처에서 난동을 벌이다 체포되었다. 이 씨는 원래 묵었던 호텔의 여성 직원에게 비정상적인 요구를 하고 이를 거부당하자 다짜고짜 화를 냈었다고. 그 후 로비에 머물다가 뛰쳐나가 팬티만 입고 미동 없이 호수를 응시했다고 한다. 이를 본 현지인이 그를 신고했고 이에 옷을 벗고 경찰 체포에 저항하다가 구금까지 됐던 것.
앞서 이 씨는 베트남에서 지인에게 연락해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성관계를 해야 한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는 이 씨. 그러면 그의 범행은 이상 성욕과 관련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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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 씨의 지인은 23년에 벌어진 네일샵 알몸 난동 사건을 언급했다. 23년 한 네일샵에서 일어난 알몸 난동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이 씨라는 것.
당시 그를 본 사람들은 그가 정상이 아닐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그의 모습을 본 이들도 비슷한 감상이었다. 마치 마약을 복용한 것 같았다는 것.
네일샵 난동 당시에는 마약 음성 반응이 나온 이 씨. 그러나 그는 베트남에서 진행된 마약 검사에서는 마약 성분이 확인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이 씨가 양극성 1형 장애로 병역 면제 판정까지 받았다며 그가 전지전능한 사람이 되겠다는 언행을 주기적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베트남으로 떠났다는 것. 양극성 장애 진단 후 입원 치료와 통원 치료도 받았던 이 씨는 정신과 진료 예약도 잡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이 씨 아버지는 발병 후 치료를 한 건 1년 정도이지만 이 정도로 심한 증상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현아 씨도 그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고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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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치료에 대한 거부감에 베트남으로 도주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씨를 만난 후 약부터 먹인 현아 씨에 대해 이 씨가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이 씨의 체내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으나 그의 범행은 정신질환으로 의한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그는 대출 연장 때문에 베트남에 가지 못했다며 현아 씨를 먼저 보내고 상황을 본 후 이어 출국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은 "아버지가 직접 갔다면 현아 씨가 살아있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위험하니까 혼자 가면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라고 말했다.
망상, 충동, 폭주 등의 증상을 보이는 양극성 장애. 이 씨는 베트남 출국 전날도 망상 증상을 보이며 이상 행동을 했고 이때도 경찰이 아버지에게 인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전문가는 "병증이 활성화되어 있을 때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불가능하다. 그걸 아버지가 몰랐을 리 없다. 정신질환자에게 잠재적 살인자인 것처럼 누명을 씌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건 예측이 가능하고 예방할 수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정신과 전문의도 "증상이 심할 때 머릿속에 굉장히 큰 불이 나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 대량의 물을 이용해서 불을 꺼야 하는데 하지만 그가 처방받고 있던 약은 안정기 상태에서 복용하는 약으로 소량의 물이라 효과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 보면 적합하다"라고 설명했다.
범죄 전문가는 "살인의 고의는 자신의 의지, 자신의 선택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신체적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이고 분노 갈등 스트레스가 터지는 그 상황에서 앞에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 제압 가능하고 자신보다 약한 대상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경찰의 강제 구인 시 폭력적 행동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이 씨. 이에 전문가는 "베트남에 간 사람이 여자친구가 아니라 제압하기 힘들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 적어도 아버지였다면 결국에는 한국으로 들어와서 입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전에도 현아 씨와 둘만의 상황에서 폭력적인 성향 드러낸 적이 있던 이 씨. 이에 현아 씨도 그와의 이별을 준비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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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씨는 처음의 진술과 달리 성매매 했다는 이유로 말다툼 후 우발적인 살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는 "비열한 동기로 인한 살인, 그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 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 단순 살인은 베트남 형법상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으로 감형 기준 처벌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신경정신과 전문가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사망 상황까지 범행을 막을 수 있는 지점은 너무 많다. 불안 증상을 동반해서 조증 상황으로 분명히 넘어갔을 때 그때 당시 입원에 대한 부분이 반드시 연계됐더라면 이러한 비극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는 "정신 감정을 감형으로 이용해야 된다고 보지 않는다. 감형이 된다고 해도 감형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치료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하노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씨는 소송 끝날 때까지 면회 불가인 상태. 그의 현지 변호인은 이 씨가 정신 감정 후 감정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알렸다. 현지 의료인의 도움으로 치료에 필요한 약도 복용 중이라고.
그런데 변호인은 이 씨가 마약 복용한 것은 알지만 무엇을 복용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는 "조증 삽화 횟수가 너무 많고 너무 쉽게 심하게 재발한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 적어도 대마를 투여한 것은 확실하다면 대마를 비롯한 모종의 약물이 조증 삽화의 급격한 재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는가"라며 이것에 대한 조사들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극성 장애, 마약 투약과 성적 이상 증세까지 결합되어 현아 씨를 무차별 살해한 이 씨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피해자의 얼굴을 공개한 것이 이 씨의 범행에 관한 비밀과 동기가 낱낱이 밝혀지고 비슷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피해자 부모님의 바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방송도 부디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그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타당하길 빌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