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탄핵 인용되면 '조기 대선'…서서히 몸 푸는 광역단체장들

김상현 평전 출판 기념회 참석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
▲ 김동연 경기도지사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조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광역단체장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고 광역단체장들은 선거일 3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와 전남의 단체장들은 핵심 지지층이 모인 호남의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 대구, 부산의 단체장들은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 진영의 분위기를 살피면서도 광폭행보로 점차 몸집을 불리며 빌드업 중입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3∼14일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를 찾아 민생 행보에 나섰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 13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취재진과 만나 "더 큰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의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의 김동연,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부겸 등 다 같이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지사는 앞서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과 이재명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에 대해 "우리(민주당)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정치권의 개헌 논의와 관련해 "탄핵 결정 이전에 정치 주체가 선 합의한 뒤 대선 이후 본격 추진해야 한다"며 "국민적 컨센서스가 높은 '분권형 4년 중임제'로 개편된다면 다음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28년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해 옛 친문(친문재인)계인 전해철 전 국회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하고, 비명계인 고영인 전 국회의원을 신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습니다.

또 최근 경기복지재단과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에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용빈 전 국회의원과 유정주 전 국회의원을 각각 내정하며 '이재명 대항마'로서 입지를 다지는 모습입니다.
김영록 전남지사

김영록 전남지사는 탄핵 심판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 3일 국회를 찾아 광주전남 언론인들을 만나 "호남을 빼놓고 침체한 정치 체제로 계속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는 호남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광주·전남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거친 김 지사는 국회의원(18·19대)을 두 번 역임했으나 비교적 온건한 성향으로 분류됐습니다.

다만 김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상계엄 사태 등 중요 정치 국면마다 강한 어조로 정치권을 비판해 왔습니다.

김 지사는 비상계엄이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에 "헌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은 즉시 철회돼야 한다"고 첫 포문을 연 데 이어 탄핵에 주저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완전 무개념 법조인"이라며 '여당 지도자'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개헌과 관련해 그는 "87년 체제도 이제는 새롭게 국가를 재창조해야 한다"며 "국가 재창조를 위해 정치를 대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 지사는 아직 기자회견 등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예방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기 대선에 출마할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개헌 이슈를 주도하는 등 '몸풀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고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시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과감한 지방분권을 골자로 하는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지자체장 경험을 살린 지방분권을 키워드로 개헌 이슈를 선점해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당 지도부를 비롯해 국민의힘 전체 의원(108명)의 절반 가까운 48명의 의원이 참석해 대선을 염두에 둔 세몰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오 시장은 또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진정성 있는 개헌 논의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헌법 시스템이 잘못돼 계엄과 탄핵 등 정국 위기가 닥쳤으니 이 기회에 제도를 바꾸자는 것입니다.

또 SNS를 통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연일 지적하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부각하며 중도·보수층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일찌감치 대권 도전을 시사한 뒤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대구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조기 대선을 할 경우, 정상적으로 대선을 할 경우, 임기 단축 대선을 할 경우 등 모든 경우를 상정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조기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물음에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장에 안 나가겠느냐"고 답했습니다.

홍 시장은 또 자신의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재명 대표를 다룰 사람은 우리당에 나밖에 없을 것"이라거나 "트럼프하고 맞짱뜰 사람도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거침없이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12·3 비상계엄사태 이후 열흘 만인 작년 12월 12일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시사저널(2월 4일), 신동아(2월 11일)와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자신감을 거듭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설 연휴 기간에는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 대표적 진보 논객인 유시민 전 장관과 생방송 토론을 갖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헌법재판소의 편향성 등을 공격하며 보수성향 지지자 결집에 주력하는 분위기입니다.

홍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이 기각돼 윤대통령의 복귀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힌 지 이틀만인 지난 12일 서울 청계재단을 찾아 이명박 전 대통령과 40분가량 회동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회동은 홍시장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그가 전통 지지층을 다지며 본격적인 물밑 대권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런 데다가 지난달 21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 정치일기를 엮은 4번째 저서 '정치가 왜 이래'를 출간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5번째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를 펴낼 예정이라고 밝혀 책 제목이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

이런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여권 움직임에 대해 일단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박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부당하다는 문제 제기가 많은 만큼 헌재는 공정한 심판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대통령 탄핵 심판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선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거나, 증인채택을 제한하는 등 심판을 서두르고 있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헌재가 공정하게 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최근 TV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보수 패널로 잇따라 출연, 정치적인 존재감을 부각하면서 대통령 권한을 나누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하는 지방분권으로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에 나가려면 당원의 지지가 필요한 당내 경선에서 이겨야 하는데 개인마다 당원 지지를 얻기 위한 셈법이 다르기 때문에 출마를 공식화하는 시기나 행보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