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가족 몰래 묵묵히 일한 아빠"…부산 호텔 화재사고 유족 '침통'

"가족 몰래 묵묵히 일한 아빠"…부산 호텔 화재사고 유족 '침통'
▲ 부산 반얀트리 공사장 화재 잔불 진화 작업

"원청인 삼정에서 일용직 노동자는 산재보험 가입도 안 해놨답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어제 반얀트리 호텔 화재 사고로 조카를 잃은 삼촌 A 씨는 상기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A 씨 가족들은 장례식장을 찾은 원청업체 삼정 관계자들과 장례 절차를 비롯한 대책에 대해 논의했는데 답답할 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사고 당일 A 씨의 조카는 현장에서 용접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했습니다.

A 씨는 "원청기업 관계자들에게 회사가 일용직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물으니 횡설수설하더라"며 "그러더니 장례부터 치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가 별도로 확인해보니, 원청은 법적으로 일용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야 한다"며 "여기 있는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경황이 없어 회사만 믿고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토로했습니다.

현행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은 보험 가입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해당 사업주에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도 물론 가입 대상입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더라도 유족들이 산업재해 급여 신청을 하면,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이처럼 산업재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할 경우, 사업자로부터 급여의 일부 징수할 수 있습니다.

A 씨 가족 인근에선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또 다른 유족들이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작업자 B 씨의 딸은 "아버지가 부산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다가 퇴직했는데, 돈을 벌기 위해 엄마와 저도 모르게 일을 가신 것 같더라"며 "아버지 동료에 따르면 굳이 일주일 내내 나와서 일을 하셨다고 한다"고 애달픈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어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너무 무뚝뚝한 딸이라서 대화가 많이 없었다"며 말을 채 잇지 못했습니다.

유족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가 명확히 밝혀지길 촉구했습니다.

B 씨 유족은 "사고를 당한 이유를 알고 싶은데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고, 회사에서는 장례부터 치른 뒤 합의하자는 식"이라며 "병사도 아니고 어떻게, 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장례를 치르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불이 날 만한 환경에서 작업할 때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왜 우리 가족만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공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회사에서 재촉한 부분은 없었는지 등이 궁금하다"며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꼭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