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설 연휴, 양봉업자 김 씨가 사라졌다. 김 씨의 20년 지기 선재 씨는 설날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오전 9시 40분경 걸려온 김 씨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고 10여분 뒤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김 씨의 전화가 꺼져있었던 것.
이에 선재 씨는 급히 김 씨의 아들에게 연락을 해 함께 김 씨의 양봉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김 씨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다음날 김 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되었고 경찰, 소방대원, 마을 주민들까지 수백 명이 그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김 씨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태준 씨가 수사망에 올랐지만 그는 27일 오전 9시 20분경 김 씨에게 가스 배달을 해주고 곧바로 돌아왔다고 했다.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것 같았던 그때, 김 씨의 양봉장에서 25m 떨어진 곳에서 매장된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둔기로 김 씨를 폭행하고 산기슭에 암매장한 범인은 바로 김 씨의 이웃인 70대 박 씨였다. 사건 당일 오전 자신의 자택에서 둔기를 챙겨 피해자의 양봉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CCTV에 포착되었는데 박 씨는 김 씨가 자신에게 판 벌통에 여왕벌이 없어 벌이 다 죽었다며 이에 앙심을 품고 김 씨를 살해했다고 했다.
전문가는 "여왕벌이 없으면 번식이 안돼. 여왕벌 한 마리가 알을 낳아서 무리가 다 살아가는 것"이라면서도 어딘가 이상하다고 했다. 그는 여왕벌 찾는 것은 어렵지 않고, 여왕벌이 없으면 일벌들은 모두 떠나버리는데 애초에 여왕벌이 없는 벌통을 살 일이 없다는 것. 또한 그런 문제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도 같은 의견이었다. 벌통을 산 것이 2년이 됐는데 그 문제로 지금에 와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김 씨를 마지막으로 만난 태준 씨는 그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김 씨는 태준 씨에게 벌 도둑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 특히 벌 도둑이 이전에도 벌을 샀고 잘 아는 인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한 10만 원을 주며 사건을 무마하려는 벌 도둑에게 가라며 돌려보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또한 태준 씨는 사건 당일 김 씨와 통화를 할 때 옆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며 누군가가 있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봉침의 효과를 보고 김 씨에게 벌통을 구입해 키운 박 씨. 그런데 벌이 갑자기 죽었고 이것이 여왕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이 살인 동기가 되기는 어려웠다.
또한 박 씨는 자신의 집에서 챙겨간 둔기는 농장에 갖다 놓으려고 한 것일 뿐인데 현장에 그것이 있어 흉기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농장은 김 씨의 집과 완전히 반대쪽이었다.
그리고 김 씨와 박 씨는 사건 전날에도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을 주민들은 박 씨에 대해 "모난 사람이다. 동네 일에 협조도 전혀 안 하는 사람이다"라며 이전에도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고 충동적인 행동을 했다고 증언했다.
전문가는 자꾸 진술을 바꾸는 박 씨에 대해 "절대 우발적 범행이 아니다. 피해자를 20여 차례 가격했는데 이는 그 사람을 살해하는데 지나치게 충분한 행동이다. 살해한 것뿐만 아니라 암매장까지 했는데 나름대로 완전범죄를 하기 위해 시도했는데 결과적으로 본인의 의도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6일 박 씨는 살인, 사체유기, 절도 미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는 김 씨의 휴대전화와 블랙박스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곳에는 아마 박 씨와 김 씨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사건의 진실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박 씨의 잔혹한 범죄는 3일 만에 세상에 드러났다. 그리고 살인의 이유 역시 추악한 변명이라는 사실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