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유럽에선 협상에서 배제된 채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당하는 '더티 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향후 논의가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미국과 협상에 나설 대표단 구성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해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실무 준비에 나선 것입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의지에 "감명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푸틴 대통령의 종전 의지와 관련해 "나는 그가 평화를 원한다고 믿는다"며 "이 사안에 대해 그를 신뢰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그들(우크라이나)도 협상의 일부"라며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4일 안보회의가 열리는 독일 뮌헨에서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들이 만날 것이고, 우크라이나도 이 자리에 초대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전날 종전 협상 추진 사실을 밝힌 이후 우크라이나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자 이를 일축하며 협상의 정당성에 힘을 실은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협상의 각론을 둘러싸고는 적지 않은 입장 차가 감지됩니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당연히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정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양자 협상 트랙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감한 쟁점을 둘러싼 논의를 미국과 러시아가 단둘이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문은 러시아와의 대화보다 미국, 유럽, 우크라이나가 공통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뮌헨 안보회의에서 러시아와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뮌헨으로 출국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회의가 우리에게는 우선순위"라며 "이러한 회의를 통해 푸틴을 막을 계획이 수립된 후에야 러시아와 대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https://img.sbs.co.kr/newimg/news/20250203/202035537_1280.jpg)
여기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밀실 합의'로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안보·경제상의 손해를 감수하는 불리한 조건으로 종전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 불가, 나토 가입 불허, 미군의 파병 불가 등으로 요약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푸틴 대통령이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사실 나는 그것이 전쟁 시작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되면 우크라이나는 원하던 안전 보장을 받을 수 없게 되고, 유럽은 전후 재건과 파병 등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초청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왜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들(러시아)에 모든 것을 내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떠한 미봉책도 '더티 딜'이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로이터는 유럽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각국 장관들이 뮌헨에서 미국 당국자들과 '솔직하고 따져 묻는 대화'를 하기로 동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외교 용어로는 가장 강한 표현에 해당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독립 국가로서 우리가 배제된 어떤 합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