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양궁 북한 개최 IOC 제안은 전두환 결정"…남북회담 문서

통일부가 오늘(13일) 공개한 지난 1984년 9월부터 1990년 7월까지 남북회담 문서는 최대 4종류의 남북회담이 동시다발로 진행된 1980년대 중·후반 남북 대화의 현장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스위스 로잔에서는 남북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이 88서울올림픽 공동개최안을 논의하는 체육회담이 진행됐는데, 북한은 남측의 올림픽 단독 개최가 '2개 조선'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발하며 공동 개최를 주장하자 IOC 중재로 한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회담에선 어떤 종목을 북한에서 개최하느냐가 쟁점이었는데, IOC가 탁구와 양궁의 북한 개최를 중재안으로 제시하자 한국이 이에 반발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은 "한국 대통령과의 오랜 대담을 통해서 들은 바는 한국 측에서 IOC를 통해 2개의 경기종목, 즉 탁구와 양궁을 북한 측에 배정한다는 결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뜻에 따라 두 종목의 북한 배정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 측은 관련 내용을 들은 바 있지만, 공식 기구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을 때 양궁을 북한에서 개최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는 결론이었다며 재고를 요청했습니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탁구와 양궁 전 경기, 축구 예선 1개조 경기, 사이클 단체 도로경기의 북한 출발 등을 북 측에 배정하는 최종 중재안을 제시했습니다.

사마란치 위원장이 당시 한국 대통령의 결정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양궁 종목의 북한 개최가 포함된 중재안을 고집했다는 점이 일반에 알려진 것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IOC 중재안이 공동 개최 수준에 못 미친다며 거부해 서울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는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사진=통일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