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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실패 예견' 전문가 "안색만 보고 암 판정한 꼴" [스프]

[더 스피커] 강주명 서울대 명예교수 인터뷰 "정치 입김에 석유 개발 나락으로"

정반석 더 스피커 썸네일
 

비주류란 이유로, 마이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스피커가 되는 저널리즘.
 
 
"정치나 경영자의 입김에 의해 자원 개발이 추진되면 무조건 실패합니다. 더 이상 석유 개발 사업이 나락으로 가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어떻게 액트지오 그런 회사를 세계적 회사라고 이야기했는지 참. 오스틴에 있는 자기 가정집에서 자영업하는 그런 곳을 선정한 것에 대해선 보다 정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강주명 서울대 명예교수
국내 최고 석유공학 전문가로 꼽히는 강주명 서울대 명예교수는 산업부의 대왕고래 시추 실패 발표에 대해 "시추 직후 발표를 하지 않길래 실패인 줄 이미 알고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오클라호마대 석유공학 박사이자 털사(Tulsa)대 교수와 텍사스주립대 겸임교수를 역임한 그는 서울대에 석유공학을 처음 들여온 '교수들의 교수'입니다. 세계 최고 유전 개발 회사인 슐럼버거에서 일했고, 미국과 브라질, 우리나라 동해가스광구 개발 등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가스연맹 회장, 한국석유공사 고문, 한국가스공사 이사회 의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구태여 경력을 나열한 이유는 '대왕고래'를 둘러싼 논쟁이 과학이 아닌 정치로 뒤덮인 현실에서 최소한 이 정도 전문가의 목소리라면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와 석유공사 측은 '재택 1인 기업' 액트지오 대표인 아브레우 박사를 세계 최고 전문가인 것처럼 내세우며 전문성을 강조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왕고래를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유일한 국면 전환 카드라고 여기며, 대왕고래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환경 오염이나 지진 우려 등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예산 삭감과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는 정치적 접근을 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와 야, 친정부와 반정부로 갈린 상황에서 실종된 건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전문가들의 합리적 토론입니다. 정부 영향력이 큰 업계 특성상 유무형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이런 논의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기에, '우리도 산유국이 될 것'이란 황금빛 전망과, '설령 석유가 있을지언정 이번 정권에선 안 된다'는 저주가 전문가의 목소리를 대신한 겁니다.

지난여름 대왕고래에 대한 물음에 강 교수는 학자의 양심을 걸고 답했습니다. 그는 아브레우 박사가 이끄는 액트지오의 선정 과정과 성급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경고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와 석유공사, 학계가 '사업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하다가 실패할 경우 석유 개발 업계의 발전을 오히려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 걱정은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왜 실패했는지를 복기하며 지난여름 그의 인터뷰를 그대로 옮깁니다.
 

정반석 더 스피커
Q. 석유공사는 왜 시가총액이 30조 원을 넘는 할리버튼, 베이커휴즈와 같은 굴지의 유전 개발 회사들을 제치고, 재택 1인 기업인 액트지오에 용역을 맡겼을까요?

A. 석유공사는 매년 사업이 있어야 하는데 우드사이드가 빠져나가니까 자기 사업이 없어지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을 겁니다. 석유 사업은 굉장한 기술을 요하는 사업이고 엄청난 투자가 필요해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1인 기업에 줬느냐? 알아봤더니 최저가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몇조 원이 들어갈 사업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인데 어떻게 그런 허접한 업체에 줬을까요? 슐럼버거나 할리버튼, 베이커휴즈 같은 세계적 기업들을 두고요. 저는 시추 스팟을 정하는 사업을 어떻게 그런 곳에 최저가로 줬나 의심스러워요. 이런 작은 업체들은 계약할 때 갑의 요구에 순응하는 경향으로 해준다는 말이죠.

시추에도 탐사 시추(exploratory drilling) - 평가정 시추(appraisal drilling) - 생산 시추(production drilling)의 세 단계가 있습니다. 그 단계를 넘어가려면 앞 단계의 징후가 좋아야 해요. 특히 시추 지점을 정확히 정하고 목표 심도와 설계가 다 나와야 합니다. 석유 개발 단계는 플레이-리드-프로스펙트-익스플로레이션-디벨롭먼트-프로덕션 이렇게 6단계가 있는데요, 플레이-리드-프로스펙트는 지질학자들이 하는 단계고, 시추 이후는 시추공학자와 지구물리탐사 전문가가 해야 해요. 그런 사람들이 정해야 시추 지점도 정하고 전문가를 보내는데, 아브레우의 에브리웨어는 이러한 총괄적 지식이 미흡해요. 에브리웨어는 프로스펙트까지만 전공이라 에브리웨어가 시추 스팟을 정했다면 전공 영역 밖입니다. 능력 밖이라고 봐요.

Q. 입찰 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A. 저가 수주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자격 조건을 제대로 정했어야 해요. 제 생각엔 큰 회사가 못 들어가게 저가 수주를 한 것 아닌가, 방침을 그렇게 정했지 않나 의심됩니다. 더 큰 회사가 있는데 이런 작은 회사로 정했다는 건, 갑인 계약 당사자가 입김을 강하게 넣기 위해 한 거라고 봐야죠. 할리버튼이나 슐렘버거를 넣으면 일절 그러지 못하니까요.

Q. 정부 측 교수들은 국부 유출 우려나 가성비를 주장하는데?

A. 아휴, 그건 그 판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리볼빙 되는 것 아닙니까? 계속 큰 사업, 더 큰 사업으로 간다고요. 최초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하죠. 암인지 아닌지 모르면 수술비가 더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그 단계를 소홀히 한다는 건 석유 개발에서 있을 수 없는 상식입니다. 큰 회사에 주면 시추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것 같으니 쉽게 핸들링 할 수 있는 회사로 한 것 아니냐, 지금 상황을 보니 근거 있는 의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석유 개발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며 작은 가능성만 있어도 진행해야 한단 주장도 있습니다.

A. 아휴, 그건 아닙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아무 데나 찌르고 해요? 그건 너무 무책임한 이야기죠.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가는 겁니다. 석유 개발 단계가 1단계에서 5단계까지 가려면, 1단계에서 2단계 갈 때 성공률이 20%에요. 각 단계를 넘어갈 때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죠. 석유 개발한다고 무조건 동해안 다 찔러야 한다? 그런 바보 같은 논리가 어디 있어요?

지난해 6월 3일 국정브리핑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
Q. 정부는 왜 이렇게 발표를 서둘렀을까요?

A. 석유공사가 내년도 사업 없어지니 사업을 하나 창출하려고 만들었는데. 정부가 너무 크게 받아들인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전문가로서 석유개발 학위도 있고 미국 석유 회사도 있었고 미국 교수 생활도 했어요. 슐럼버거와 텍사스대에 있었고, 오클라호마랑 캔자스의 작은 유전들 컨설팅도 많이 했어요. 석유 개발은 경험이 중요해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니 그냥 해야 한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하면 국민들에게 실망만 줘서 이 석유 개발 분야가 죽어요. '기름 사 오면 되지' 이렇게 생각할 거라고요. 이건 먼 미래로 봤을 때 이 분야를 죽이는 짓입니다.

Q. 용역 체결 전 석유공사와의 미팅에서 할리버튼과 베이커휴즈가 각 분야 전문가들을 데리고 나온 반면, 액트지오에서 참석한 사람은 아브레우 혼자였습니다.

A. 사람이 없는 거죠. 경쟁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능력이 높아 보이도록 해야죠. 그런데 혼자 나왔다? 전문가 네트워크가 있다고 주장한 것은 좋은 말로 포장한 거죠. 자기가 회사 차리면 필요해서 컨트랙트 쓰는 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요? 휴스턴이나 텍사스에 나이 많은 사람들 많아요. '이번에 이거 와서 좀 봐달라' 하면 다 와요. 그런데 그것도 동원을 못 했다? 좀 그렇죠. 자리에 나와달라 하면 돈을 줘야 하잖아요. 세금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인데 뭘.

Q. 실제 계약을 앞둔 석유 개발 용역사 협의는 어떤 자리인가요?

A. 본래 석유공사의 경우 협의하러 나가면 이게 입찰이기 때문에 한 회사만 볼 수가 없어요. 출장을 갔을 때 슐럼버거는 왜 뺐는지 모르겠는데, 할리버튼과 베이커휴즈를 넣은 건, 한 회사만 만날 경우 미리 정해놓고 간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으니까 여러 회사를 만나야 하는데요. 보통 휴스턴에 가면 5, 6개 업체를 보거든요? 제가 예전 SK의 브라질 심해 광구 시추를 할 때에도 한 6개 정도 회사에 자문을 받았어요.

사실 할리버튼하고 액트지오는 스케일이 다르잖아요? 하나는 슈퍼 클래스고, 하나는 굉장히 바텀 클래스인데 그걸 같이 봤다? 이해가 되지 않잖아요? A급을 여러 개 봐야지, A급과 F급을 동시에 봤단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지난해 6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한 액트지오 아브레우 대표
Q. 정부 측 교수는 아브레우 박사가 3D 자료 분석의 달인이라 혼자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A. 석유 개발은 지올로지스트(지질학자), 지오피직스트(지구물리학자), 드릴링엔지니어 등 여러 그룹이 모여서 합리적 판단을 하는 팀 호흡이 필요한 사업입니다. 석유 개발은 원맨 플레이가 되지를 않는 사업이에요. 방대한 자료를 아브레우 혼자서 봤다? 그건 있을 수 없는 거예요. 왜냐면 바이어스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바이어스가 자기 회사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데 그런 짓을 안 합니다. 의견을 냈을 때 필터를 해요. 그게 석유 개발의 기본이에요.

아브레우 박사는 지올로지스트인지 지오피직스트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지올로지스트라면 3D 관련 지오피직스보다 훨씬 덜 유익한 정보를 줄 겁니다. 제 생각에 아브레우는 지올로지스트로 보입니다. 지올로지스트는 굉장히 질적 학문이에요. 지오피직스, 엔지니어링은 양적 학문, 숫자가 나와야 해요. 아브레우가 하는 말을 보니까, 이분은 정성적 사람이지 정량적 사람은 아니다. 즉, 백그라운드가 지올로지스트일 가능성이 높겠다 유추가 되더라고요. 제가 엑슨 CEO면 이런 의견을 물을 때 아브레우 의견을 듣진 않아요. 더 전문가인 지오피직스한테 듣지.

Q. 학계에서는 현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다수인가요? 비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인가요?

A. 당연히 문제 있다고 보는 게 다수여야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말을 못 하겠습니다. 서울대 관련 교수들이 전부 저의 제자들인데요.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이 용감하긴 어렵습니다. 에휴, 사실은 천천히 다 나타나게 돼 있어요.
 

강주명 서울대 명예교수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는 건 싫다며 실명 공개를 꺼렸던 강 교수는 대왕고래 1차 시추 실패 이후 거듭된 요청에 인터뷰 기사화에 동의했습니다. 더 이상 석유 개발 업계가 망가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사명감 때문이었습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패가 현실화된 직후 강 교수와의 2차 인터뷰를 이어서 전합니다.
 

Q. 이미 대왕고래 시추 실패를 알고 계셨다고요?

A. 네, 시추는 끝나자마자 목적 달성인지 미달성인지 알 수 있어요. 분명히 시추가 끝났다는데 발표가 없길래 실패인 줄 알았죠. 시추공이 들어가면 석유나 가스가 부존한 층하고 일반 지층과 시추 속도가 달라요. 시추에서 나오는 파편들을 커팅스(cuttings)라고 하는데, 이 커팅스가 형광 반응을 끊임없이 합니다. 가스를 함유했을 가능성이 있는 건 노란색을, 석유가 있으면 녹색을 띱니다. 그래서 이미 시추할 때 대강 알아요. 그런데 시추를 들어갔는데도 말이 없고 4개월 뒤에 평가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건 잘못된 거다 했죠.

Q. 대왕고래 실패가 우리 사회에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요?

A. 우리 국민들은 아무래도 석유 개발에 대한 일반적 지식이 아무래도 산유국이 아니다 보니 미국에 비해서는 낮습니다. 자원 개발은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마라톤입니다. 이게 단거리 100m가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어떤 정치라거나 경영자의 자기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은 역사적으로 필패였어요. 비록 증거가 없이 유추할 뿐이지만, 석유공사 경영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업한 것을 정부가 덥석 문 것 아닌가. 정치 내지 경영자의 입김, 사회적인 입김에 의해 자원 개발을 하면 무조건 실패합니다. 이번뿐 아니라 앞으로도 쭉 역사가 증명하고 있어요, 세계에서도 이런 적이 없어요.

Q. 일각에서는 사기극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A. 발표 시점 앞두고 '마귀상어'라는 단어를 언론에 누가 흘린 것 같은데요, 정말 극도의 보안이라면 절대 유출 안 됐을 것 아닙니까? 대왕고래 시추 실패를 커버하기 위해, 또 다른 희망을 주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고 또 시추를 시도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어떻게 보면 이건 사기극이에요.

Q. 조갑제 기자는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석유공사가 윤 대통령을 이용해 사업을 벌이려고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A. 저는 심정적으로 100% 동의합니다. 기초 연구도 안 된 마귀상어 이런 걸 발표하고, 50억, 60억? 그런 숫자를 제시해서도 안 됩니다. 또 지질학자인 아브레우가 자기 전공도 아닌데 말이에요. 제시된 숫자는 전혀 뜻이 없는 숫자에요. 가령, 암이라고 판단하려면 엑스레이도 찍고 MRI도 찍고 해야 암 초기다 무엇이다 나올 것 아닌가요? 얼굴 안색만 보고 '넌 암 4기'라고 하는 건 너무 어처구니가 없지 않아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서 발언하는 조갑제 기자
Q. 정부와 여당에선 이번에 가스는 안 나왔지만 석유 시추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며 아직 희망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여당은 30번 넘게 시추한 북해 유전처럼 더 파자고 주장했고요.

A. 아닙니다. 초심의 자세로 돌아와서 모든 데이터를 다시 재정리하고 나서 도전해야지, 지금 이왕 찔러봤으니까 또 하자? 이건 아닙니다. 이 정도의 실패는 완전한 실패입니다. 더 해보자 하려면 '시추해 보니 압력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까지 퍼져 있는지 모르겠다'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가령 암 조직검사를 하려면 암 관련된 무엇이 엑스레이에 나와야 할 것 아닙니까? 그리고 난 뒤에 조직검사를 해보고 이런 게 나와야 합니다. 전혀 맹탕인데 조직검사를 하기 위해 돈을 더 들이고 수술을 하자는 이야기인데요... 그분들은 전문 지식이 없으니까 석유공사에서 이야기하니까 그렇게 하는 건데 잘못된 판단이라고 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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