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폭발
오전 4시 2분, 북한 평양에서 32㎞ 떨어진 황량한 들판에 주차된 바퀴 22개짜리 차량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호가 솟아오릅니다.
미국은 위성, 항공우주 데이터시설, 우주군 기지 등의 복합적인 검증을 거쳐 30초 안에 미국 본토가 핵무기 위협에 노출됐다고 판단을 내립니다.
북한에서 발사한 ICBM은 시속 약 2만 2천500㎞ 속도로 날아갑니다.
핵을 탑재한 ICBM은 미국 수도 워싱턴까지 33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미국 본토에는 44개의 요격 미사일로 이뤄진 방어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요격에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요격 미사일의 속도는 시속 3만 2천㎞로 미국 미사일 방어국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실제 2010~2013년 초기 요격 시험은 단 한 건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5년 후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시스템을 개량한 후에도 격추 확률은 55%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의 탐사 보도 전문기자 겸 작가인 애니 제이콥슨이 쓴 신간 '24분'은 북한 핵미사일 발사 후 벌어지는 핵전쟁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를 다룬 책입니다.
저자는 수백 건의 인터뷰와 기밀문서 분석을 통해 핵전쟁이 몰고 올 파장을 내다봅니다.
저자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북한은 ICBM 외에도 잠수함을 활용해 미 본토에 핵 공격을 감행합니다.
북한의 구형 잠수함은 두 달에 걸쳐 은밀하게 태평양을 건너갑니다.
해저에서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미국의 첨단 레이더 장비도 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핵을 탑재한 탄도미사일 KN23이 잠수함에서 발사되고, 마하 6의 속도로 날아간 미사일은 3분 만에 캘리포니아주 디아블로캐니언 원자력발전소를 타격합니다.
우왕좌왕하던 미국도 보복을 감행합니다.

미국 와이오밍주 등에서 쏘아 올린 82기의 핵미사일이 북한으로 향합니다.
평양 인근에서 ICBM 발사가 감지된 지 24분 만의 일입니다.
저자는 "82기의 핵탄두는 그야말로 수백만 명의 죽음, 어쩌면 한반도 내에서만 수천만 명의 죽음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 이후의 시나리오는 더 끔찍합니다.
북의 ICBM이 펜타곤(미국 국방부)을 타격하면서 워싱턴은 쑥대밭이 됩니다.
수많은 사람이 현장에서 즉사합니다.
운이 좋아 당장의 화를 면한다 해도 "불쾌한 죽음의 방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낙진 등 직간접적 피해자는 설사와 구토를 반복합니다.
몸에 청색증이 일어나 피부 조각이 벗겨지고, 소장 내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모든 장기를 침범합니다.
오장육부는 방사능 여파로 서서히 녹아내립니다.
설상가상의 상황은 계속됩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오인하거나 적어도 자국에 피해를 줬다고 분개해 핵전쟁에 뛰어듭니다.
북한으로 발사된 82기의 핵미사일은 인접한 러시아와 중국에도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미 본토와 유럽에 있는 나토 기지에 1천 기 이상의 핵미사일을 발사하고 세상은 종말로 치닫습니다.
한반도 상황 역시 심각합니다.
오산 공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서울 중심부를 향해 북한이 쏜 1만 기 이상의 포탄과 240㎜ 구경 로켓이 날아듭니다.
이들 포탄에는 240t(톤) 분량의 생화학 무기가 탑재돼 있습니다.
남한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배치돼 있지만 쇄도하는 북한의 포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한 번에 1기 또는 몇 기의 미사일만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군사 역사학자 리드 커비는 북의 생화학 무기 공격으로 서울 인구의 25%가 죽거나 다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또한 신경가스 공격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상당수는 산소 결핍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핵전쟁의 위험을 간파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핵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제3차 세계대전에 어떤 무기가 사용될지는 모르겠지만, 제4차 세계대전은 막대와 돌을 가지고 치러질 겁니다." 막대에 연결된 돌은 석기시대 사람들이 전쟁을 벌이는 방식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은 핵전쟁 후 인류 문명이 멸망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저자도 아인슈타인과 같은 생각입니다.
저자는 "만드는 데 1만 2천 년이 걸린 문명이 겨우 몇 분, 몇 시간 만에 폐허로 돌아가는 이야기, 이것이 핵전쟁의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사진=문학동네·프랑스군 제공, 문학동네·아킬레아스 암바치디스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