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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쓴 졸업식 꽃다발 팝니다"

"방금 쓴 졸업식 꽃다발 팝니다"
▲ 지난 7일 서울 고속터미널역의 한 꽃집 앞 매대에 다양한 생화 꽃다발들이 전시돼 있다.

경기 악화 속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졸업식 시즌이지만 꽃다발 특수도 사라진 분위기입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제공하는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양재동화훼공판장 기준 지난 1일부터 9일까지의 절화(꽃다발 제작 등을 위해 잘라낸 꽃) 거래량은 약 37만 2천 단으로 전년 동 기간 대비 21.9%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경매 금액도 지난해 약 32억 원에서 올해 약 21억 원으로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7일 찾은 서울 고속터미널역의 한 꽃집 매대엔 형형색색의 생화 꽃다발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가장 저렴한 꽃다발은 4만 원, 가장 비싼 꽃다발의 가격은 7만 원에 달했습니다.

시민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춰선 채 꽃다발을 한참 구경했지만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대학가에서 10년 넘게 꽃집을 운영해 온 장 모(54) 씨는 "정말 경기가 너무 안 좋다. 꽃다발 가격을 듣고 그냥 가시는 손님들도 여럿 있다"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예전 같았으면 졸업식을 앞두고 꽃다발 예약이 수도 없이 들어오곤 했는데 요즘엔 하루에 한두 건 들어오면 많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잇따라 졸업식이 열리는 2월이지만 고물가에 경기 불황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힌 상태입니다.

졸업식 시즌 특수를 기대했던 화훼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절화는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데 겨울 한파 속 난방 시스템을 가동하는 데 상당한 양의 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겨울 꽃은 더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겨울 졸업식 시즌 꽃다발 가격도 다른 계절보다 더 비싸집니다.

졸업식 꽃다발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중고' 졸업식 꽃다발 등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현재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선 "방금 쓴 졸업식 꽃다발 판매합니다", "오늘 사용한 꽃다발 팝니다"라는 중고 꽃다발 판매 글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중고 꽃다발은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한 1만 원~2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당근에 올라온 졸업식 꽃다발 (사진=당근 캡처, 연합뉴스)

생화를 대체하는 '가성비 꽃다발'도 주목받습니다.

초등학생 자녀의 졸업식을 앞둔 이 모(43) 씨는 "딸 졸업식 꽃다발을 알아보고 있는데 생화 꽃다발은 기본 5만 원 이상에 어떤 곳은 8만 원을 부르는 곳도 있었다"며 "생화는 비싼데 금방 시들어버려서 이번엔 다른 꽃다발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생화 꽃다발 대신 비누 꽃다발, 인형 꽃다발 등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비누 꽃다발의 경우 1만 원 후반에서 2만 원 초반대로 판매되고 있어 5만 원은 줘야 하는 생화 꽃다발보다 확실히 저렴한 금액입니다.

졸업식 비누 꽃다발을 판매하는 한 온라인 상점은 구매 후기가 약 6천 건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사진=당근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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