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요즈음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는 넷플릭스의 <중증외상센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즌1이 종영된 시점에서, 다른 의학 드라마와 차이점을 들자면 아직까지는 로맨스 서사가 없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의 손을 가진 의사이면서 투사이기까지 한 백강혁(주지훈)의 영웅성과 천재성에 초점을 맞춘다. 백강혁에게는 환자의 생명 살리기가 최우선이다. 천재적인 실력에 냉철한 판단력,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저돌적인 패기까지 갖췄다. 그는 말하자면 의사계의 슈퍼 히어로다. 다른 의학 드라마가 로맨스 서사를 끼워서 딱딱한 분위기를 바꾸는 시도를 하는 반면, <중증외상센터>는 인명보다 수익 창출을 우위에 두는 의사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코믹함을 넣었다.
현실에서는 완벽한 캐릭터를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드라마에서 완벽한 캐릭터는 꾸준히 등장한다. 특히 의학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의 중심에는 어떠한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꿀 만큼 신묘한 재능을 지녔지만, 능력만큼 성격이 매우 불같고 까칠한 캐릭터들이 있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서사 진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이렇게 완벽함을 가장 큰 매력으로 설정한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욕망을 반영한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원형 중 하나다.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굿 닥터>에서도 자폐증이 있는 주인공이 서번트 신드롬으로 갖게 된 천재성이 서사를 끌고 가는 원천이 된다. 일반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해, 상황을 시원하게 종결시키는 통쾌함이 카타르시스를 준다.

현재 방영 중인 SBS의 인기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헤드헌터 회사 대표의 비서로 나오는 은호(이준혁) 역시 같은 성향의 캐릭터다.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먼저 눈치 있게 알아서 대표에게 필요한 모든 자료를 준비해 준다. 업무 보조는 물론이고 사소한 부분까지 일일이 알아서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목 그대로 완벽한 조력자의 모습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킨다. 헤드헌터라는 직업 역시 각 영역에서 흠 없는 최고의 적임자를 경쟁사보다 먼저 발굴해 내야 한다는 점에서 완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시청자들은 심지어 살인자도 완벽하기를 원한다. 쿠팡플레이가 선보인 화제작 <가족계획>은 장면마다 피범벅에 신체 절단이 여과 없이 나와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신박한 방식으로 시청자를 설득시킨다. 얼굴에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 영수(배두나)에게는 사람의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당한 사람은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환상에 시달리지만 증거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사회악을 저지르는 악인들에게 끔찍한 벌을 주지만, 처벌자는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으니 완벽한 범죄며 완벽한 사적 복수다. 초능력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그런 점에서 쾌락이 있다.
그러나 초능력은 양날의 칼과도 같다.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특별하기 때문에 위험 대상으로 취급되고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슈퍼 히어로 영화들의 서사도 비슷하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초능력자들은 비정상인으로 취급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버림받아 사람들을 증오한다.
판타지 장르와는 결이 다르지만 <중증외상센터>와 <나의 완벽한 비서> 같은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완벽한 캐릭터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그렇게 냉정한 사람이 되고 일에 몰두하는 이유를 불행한 성장 환경으로 설정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상처를 승화시킨 셈인데 그래도 여전히 트라우마는 남아 있다. 두 드라마에서 주인공 캐릭터는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오직 자신만을 믿고 성장해 왔기 때문에 철저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 됐다는 배경을 깔고 있다. 그리고 그런 설정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