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재심 무죄 선고를 받고 25년 만에 석방된 무기수 김신혜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지난 2000년 3월, 전남 완도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발견 당시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라 추정되었으나 부검 결과 교통사고로 의심할만한 손상이 없었다.
특히 의식이 혼미해질 수 있는 정도의 혈중 알코올 농도와 일반 복용량의 최대 130배 이상 높은 수면 유도제 성분이 검출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경찰은 누군가가 교통사고로 위장해 시신을 유기한 것이라 의심했고, 사건 발생 이틀 뒤 경찰은 사망한 남성의 큰딸 김신혜를 긴급 체포했다.
그녀의 새벽 행적이 불분명한 데다, 그의 집에서 발견된 노트에 남겨진 메모를 살인 계획서라 판단했던 것. 또한 경찰은 보험금을 노린 계획적 살인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김신혜가 자백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김신혜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 1년여 만에 무기징역 형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2014년, 사건 발생 14년 뒤 김신혜는 다른 주장을 펼쳤다. 처음부터 자백은 없었고 유죄 인정을 강요당했다는 것.
그리고 2015년 재심을 청구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난해 6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아름의 노트만 챙겨 나온 김신혜 씨는 "꼭 이렇게 25년, 수십 년이 걸려야 되는 일인가 안에 있으면서 많이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데 저도 힘을 보태겠다"라고 말했다.
김신혜는 조사받는 과정에서 한 번도 자백하거나 인정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생에게 자신의 자백을 설득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자신의 자백이라고 하는 진술서는 박두길, 조용구 형사가 쓴 소설이라는 것. 그리고 아무리 범행을 부인해도 조서에 이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폭행은 기본, 욕설 등의 가혹 행위를 가하며 허위 자백을 하도록 협박했다는 것.
그리고 당시 다른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이는 김신혜의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울고 있었고 자백하는 모습은 아니었다고 당시를 증언했다.
또 당시 김신혜의 전 남자 친구도 공범으로 의심을 받으며 경찰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미성년자 남동생을 앞세워 신혜 씨의 집을 수색했던 경찰. 그들은 사건과 무관한 물건까지 다 챙겨 왔다. 특히 배우를 꿈꾸며 세미누드를 촬영했던 김신혜. 경찰은 이 사진을 돌려보며 조롱을 하고, 뿌려버린다고 협박까지 했다. 그리고 이는 김신혜가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당시 경찰은 김신혜가 영화 사일런트 폴을 보고 살인 수법을 연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김신혜는 그 영화를 봤냐고 경찰이 물어봐서 봤다고 대답을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한 전문가는 당시 중학교 3학년 여자 아이 정도의 체구였던 김신혜가 어떻게 성인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할 수 있냐며 "사람이 사망하면 실제 몸무게보다 두 배 이상 무겁다"라고 했다.
재심 변호사는 당시 수많은 증거들 중 김신혜가 범인이라고 의심할 부분들만 증거로 제출한 경찰을 지적했다. 그리고 당시 경찰이 푸른 노트를 압수할 때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을 지적하며 불법적인 수사 행위라고 했다.
그런데 경찰은 당시 자신들이 김신혜를 체포한 것이 아니라 그의 자백을 들은 고모부가 자수를 권해 김신혜가 스스로 자수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신혜는 당시 고모부가 자신에게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였다며 동생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냐며 자수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의 여동생에게는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하지 않았냐며 이를 자백하라고 강요까지 했다는 것.
그리고 김신혜가 체포된 후 고모부는 김신혜의 할아버지와 남동생에게 아버지가 성추행을 해서 살인을 했다고 진정서를 쓰라고 강요했고, 이에 사실이 아님을 알았음에도 김신혜의 빠른 석방을 바라며 고모부가 시킨 대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작진은 고모부를 만나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기억이 없다며 25년 전 사건이고 자신에게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당시 고모부 외에도 고모와, 큰 아빠가 김신혜의 자백을 들었다고 증언했는데 당시 같은 자리에 있던 김신혜의 6촌은 직접 들은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모부가 제일 말을 많이 했다. 고모부가 보험회사 소장인데 알아서 하시겠지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김신혜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약 8억 원가량 된다고 했던 경찰의 주장과 달리 독극물이 검출되었을 경우 김신혜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고작 80만 원 정도인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는 "보험 범죄로 살인을 계획했다기에는 너무 어설픈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아버지가 김신혜의 여동생을 성추행한 것을 알고 살인을 계획하고 보험에 가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동생의 고백은 보험 가입 이후이기 때문에 시간 순서상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사망한 김신혜 아버지 몸에서 검출된 수면 유도제 성분은 100정 이상을 복용해야만 나오는 농도라며 "타살이라고 한다면 누가 과연 그런 성분의 수면유도제를 다량으로 복용하게 했겠느냐. 피해자를 만나고 피해자에게 약을 건넬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사실은 용의자여야 한다. 함께 술을 마셨던 사람은 오히려 김신혜 보다 더 피해자에게 음주와 함께 약을 복용케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납득할 수 있는 신로사 관계도 형성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망 당일 오후부터 술을 마신 김신혜의 아버지. 그는 당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는 2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재심 변호사는 "김신혜를 의심하는 증거들만 수집했다. 제3의 범행 가능성을 생각하고 다각도로 증거를 수집했다면 그 증거를 가지고 억울함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증거들은 이제 없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편견과 선입견이 가득했던 공정하지 못했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만을 갖고 의심한 재판부. 이에 변호사는 "25년 동안 일관되게 억울함을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말 억울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김신혜에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김신혜가 자신을 중국사람이라 믿으며 중국이 애타게 찾아온 후계자, 러시아 황실의 주인이자 많은 왕실들의 핏줄이라 주장하며 망상을 펼친 것. 또한 암호를 해독해 재판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깨달았다는 말까지 했다.
2018년부터 망상이 심해진 김신혜는 동생을 의심하고 집을 떠나려고 했다. 진짜 동생은 이미 죽었고 가짜 동생이 남아있다는 것.
또한 김신혜는 "나는 스페셜 에이전트, 전 세계 한 명뿐인 에이전트"라며 재판이 모두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김신혜를 오래 지켜본 교도관은 그가 독방을 고집하며 상태가 더욱 악화되었다고 했다.
전문가도 그가 재심으로 희망이 커졌으나 그에 반해 기다리림이 점점 길어지며 불안이 커졌다는 것. 어느 순간부터 진실을 외면하고 치료를 권했지만 치료도 거부한 김신혜.
이에 전문가는 "고립된 세상에서 혼자만의 판타지에 살았다.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25년 동안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불운한 일들을 타당화했을 것이다. 그냥 참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런 김신혜는 결국 집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의 안전을 위해 응급 입원이 결정됐다.
전문가는 "망상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바깥에 나가서 혼자 지금 다니면서 망상대로 안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아 내 망상이 잘못됐네 하고 포기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 그러면 자기 방어를 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게 된다. 예상할 수 없는 다른 변수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하다"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사건에 대한 기억은 왜곡 없이 기억하고 있는 김신혜가 부디 "저는 김신혜입니다"라고 말하며 25년 전 염원했던 공정한 재판, 제대로 된 법의 판단을 제대로 들어볼 수 있기를 기도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