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이재명 손 인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통합 행보'를 강조했지만, 당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사이의 갈등은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비명계는 '이재명 일극 체제 탈피'를 요구하고 있고, 친명계는 '남의 책임만 언급하지 말라'고 반박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양산 방문에서 '포용과 통합'을 강조한 문 전 대통령에게 화답하면서 통합 의지를 부각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나중에 큰 정치적인 변화가 생겼을 때도 결국 포용하고 통합하는 행보가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줄여 나가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이 대표는 "크게 공감하고, 그런 행보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통합 행보를 통해 당 안팎의 갈등을 극복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통합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주파수를 맞춘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에도 친명·비명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은 이어졌습니다.
전날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습니다.
김 전 지사는 이 글에서 이 대표와 친명계를 겨냥해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를 두고 지난 총선 공천에서 비명계 인사들이 탈락해 당을 떠났거나 비주류로 밀려났던 것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당내에서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친명계 의원들이 김 전 지사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갈등이 고조됐습니다.
이연희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대선 평가는 현 민주당의 몫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김 전 지사를 비롯한 당시 참여 인사들의 몫"이라며 "과거의 매듭을 풀자면서 자신들의 매듭은 왜 풀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은 "크게 하나가 되자면서 내 책임은 빼고 남의 책임만 언급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문석 의원은 소셜미디어 글에서 "윤석열 내란 폭동 세력과 피 말리며 싸우는 민주당에, 당 대표와 싸우겠다고 나선 극소수의 민주당원"이 있다면서 "시한부일지언정 지금은 단일대오가 민주당의 핵심 조직 노선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김 전 지사의 사과 요구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이 대표의 모토인 '당원 주권주의'를 앞세워 분열은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 지도부가 김 전 지사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논의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의 단결과 통합의 기초는 당원 주권주의와 당원 민주주의"라며 "앞으로 당원 간의 다양한 토론에서 누가 제기하는 문제든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하나하나 정리돼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당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했다"며 "다만 다양한 견해가 민주당이라는 생태계를 풍성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파괴하고 분열시키는 방향으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대표적인 비명계인 박용진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민주당의 도덕적 내로남불을 그대로 두면서 이재명 1극 체제만 극복되면 청년 세대들은 우리를 지지해 줄까"라고 적었습니다.
이 대표 독주 체제만이 아니라 '위선', '선민의식'까지 지목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적한 것입니다.
"사회불평등 심화를 개탄하면서 부동산으로 부자 되는 민주당 정치인들"을 그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박 전 의원은 친명 체제뿐만 아니라 구주류인 '86 운동권'에 제기됐던 '내로남불' 논란까지도 지적하며 당의 체질 개선을 촉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