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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떼로 뭉치면 어쩌나…신공항 대책에 "되레 모으는 꼴"

<앵커>

여객기와 새 떼가 부딪히는 게 이렇게 위험한데도 전국 신공항 예정지 여러 곳이 철새가 많이 지나다니는 곳 가까이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국토부가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하나가 공항과 좀 떨어진 곳에 대체 서식지를 마련해 새들을 그곳으로 쫓는다는 건데, 이게 과연 대책이 될 수 있는 건지 장세만 환경전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떨어진 흑산도, 신공항이 추진 중인데 이곳도 조류 충돌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곳이 흑산공항의 활주로가 들어서게 될 부지입니다.

매년 봄 가을철마다 동남아와 시베리아를 오가는 철새들이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정인철/2018년 흑산공항 입지 평가 참여 위원 : 벌새 같은 경우는 3만 마리 가까이 뭉쳐서 이동을 하게 되면 항공 기체와 충돌될 수 있는 위험성이 굉장히 높았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국토부가 내놓은 대책은 조류 대체 서식지, 공항 인근에 습지를 조성하고 나무를 심어 인공 쉼터를 7곳이나 만든다는 겁니다.

문제는 섬이 크지 않다 보니 공항에서 대체서식지까지 거리가 짧게는 2km, 멀어야 7km 안에 있다는 겁니다.

20~30킬로에 달하는 조류 활동 영역을 감안하면, 새들을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항 가까이로 불러 모으는 꼴입니다.

[최창용/서울대 교수 : 흑산도라는 공간 자체가 굉장히 좁기 때문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한다고 해도 충돌 위험을 낮출 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고요.]

이렇게 엉성한 대책이 걸러지지 못하는 건 현 환경영향평가 제도 탓이 큽니다.

이 제도는 각종 개발 사업 시행 시 새들의 보호 같은 생태 보전이 목적이다 보니 비행 안전성보다 조류 보호에 초점이 있습니다.

[이후승/환경연구원 박사 : (현재 환경영향평가) 제도상으로는 (비행) 안전 문제까지 제도에 다 담는 거는 한계가 있어서, 자연적인 부분과 안전을 같이 볼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영국의 경우 새들의 안전을 지키는 왕립 조류 협회는 물론 비행 안전을 검토하는 조류 충돌 전문 검토 기관도 공항 입지 선정 평가에 참여합니다.

또 현재 공항시설법으로 기존 공항 인근에는 조류 유인 시설 설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공항 터 선정 때는 조류 충돌 위험을 고려한 주변 환경 기준도 명확히 없어서 한계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김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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