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기 블랙박스 기록 중단 당시 기체 추정 위치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약 2㎞까지 접근한 상태에서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사고 30일째인 27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예비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습니다.
예비보고서는 사고 조사 당국이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초기 조사 상황 공유 차원에서 사고 발생 30일 이내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및 사고 관련국에 보내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항철위는 이를 사고기의 기체 및 엔진 제작국인 미국과 프랑스 외에 사망자가 발생한 태국에 제출했으며, 항철위 홈페이지에도 게재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기록이 한꺼번에 멈췄을 때의 대략적인 운항 위치가 공개됐습니다.
블랙박스 기록은 사고기가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하기 4분 7초 전인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8분 50초부터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항철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사고기는 원래 착륙하려던 방향인 01활주로의 시작점(활주로 최남단)에서 남쪽으로 약 1.1NM(해리) 떨어진 바다 위를 비행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2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입니다.
착륙이 임박했던 만큼 속도는 161노트(시속 298㎞), 고도는 498피트(151m)로 낮아진 상태였습니다.
이때 양쪽 엔진에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가 빨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항철위 조사 결과 두 엔진 모두에서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항철위는 정확한 조류 충돌 시점이나 충돌한 조류 개체 수, 다른 조류가 포함됐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항철위에 따르면 사고기 조종사는 블랙박스 기록 정지 시점으로부터 6초 뒤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비상 선언)를 보내는 동시에 고도를 높이는 복행을 했습니다.
이후 활주로 왼쪽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오른쪽으로 선회한 뒤 당초 내리려던 활주로 반대 방향인 19활주로에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했습니다.
조류 충돌이 블랙박스를 비롯한 항공기 장치 기능 이상에 미친 영향과, 복행 및 착륙 활주로 변경의 배경 등은 추후 조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입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사고 현장 전경과 흙더미에 묻힌 상태의 양쪽 엔진 등의 사진도 담겼습니다.
항철위는 면밀한 분석을 위해 엔진을 분해 검사할 계획입니다.
이외에, 보고서에 포함된 사고 개요와 항공기 이력 및 조종사 경력 정보, 피해 규모 등은 대부분 그간 항철위 및 국토부의 발표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입니다.
항철위는 앞서 지난 25일 사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보고서에 담길 사고 조사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공유했습니다.
(사진=제주항공 사고 예비보고서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