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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경고' 1분 만에 블랙박스 먹통…CCTV에 '새떼 접촉' 포착

'조류 경고' 1분 만에 블랙박스 먹통…CCTV에 '새떼 접촉' 포착
▲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블랙박스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는 충돌 직전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 경고를 받은 뒤 꼭 1분 만에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항의 폐쇄회로 TV에서는 사고기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외치고 복행하던 중 새떼와 접촉하는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오늘(25일) 오후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이 같은 조사 진행 현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항철위는 사고기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 관제 교신 기록 등을 분석해 재구성한 충돌 직전 상황을 초 단위로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4분 43초 공항 관제탑과 착륙 접근을 위해 처음 교신했습니다.

관제탑은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01활주로로 착륙 허가를 했습니다.

3분 7초 뒤인 8시 57분 50초에 관제탑은 항공기에 '조류 활동 주의' 정보를 전달했고 이후 8시 58분 11초, 기장과 부기장은 항공기 아래쪽에 조류가 있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는 8시 58분 50초부터 기록이 동시에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직전에 사고기의 양쪽 엔진이 조류와 충돌한 영향으로 기내에 전원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사고기는 시속 약 298㎞로 약 151m의 낮은 고도에서 날고 있었습니다.

이어 8시 58분 56초, 조종사가 복행하면서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를 선언했습니다.

이는 녹음이 남아 있지 않아 항철위가 관제 기록과 동기화를 통해 추정한 시간입니다.

무안공항 CCTV에는 항공기가 복행하던 중 새떼와 접촉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영상에는 불꽃이나 연기가 보이지는 않으나, 기체가 다수의 조류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된다고 항철위는 설명했습니다.

사고기는 이후 약 4분간 활주로 왼쪽 상공을 비행하다가,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로 착륙하려 오른쪽으로 선회했고,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해 오전 9시 2분 57초에 활주로 너머 방위각 시설물과 충돌했습니다.

항철위는 "운항 상황 및 외부 영향, 기체·엔진 이상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블랙박스 및 관제 교신 기록 등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하고 분석 중"이라며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는 새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는데,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이는 국내에서 가장 흔한 겨울철새인 '가창오리'로 확인됐습니다.

항철위는 다만 조류 개체 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가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며 엔진 상태 확인과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해 엔진을 분해 검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엔진 제작국인 프랑스의 조사 당국인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와 지난 14일부터 협력해 사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항철위는 지난 20일 초기 현장조사를 마쳤고, 지난 21일 정밀 분석이 필요한 엔진 등의 잔해를 서울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옮겼습니다.

또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사고 발생 30일째인 오는 27일 이전에 사고 관련국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예비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항철위는 잔해 정밀 조사와 비행 기록 문서 확인 등을 통해 사고기의 운항 전반에 대해 분석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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