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는 계엄 선포문을 통해 이유와 종류, 시행 일시를 공고해야 합니다.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었던 12.3 비상계엄 당시 선포문을 저희가 입수해서 이번 계엄의 절차적 위법성을 따져봤습니다.
여현교 기자입니다.
<기자>
SBS가 입수한 12·3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직접 작성했다고 밝힌 '비상계엄 선포문'입니다.
체제전복을 기도하는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척결하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선포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다음으로 계엄의 종류, 지역, 일시 등이 적혀 있고, 계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 박안수로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선포문은 계엄법에 따라 대통령이 공고했어야 했는데, 절차상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문건을 받은 국방부 대변인이 대통령실에 전달하려고 했다가 연락이 닿지 않아 공고 절차를 밟지 못한 걸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탄핵심판 사건에서 계엄 선포 전에 제대로 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느냐도 중요한 쟁점인데, 헌재가 최근 증거로 채택한 이 선포문은 위법성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은 이 문건으로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정형식/헌법재판관 :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이 충족됐는지, 시행일시, 시행지역, 계엄사령관 등에 관해 이야기를 했습니까?]
[김용현/전 국방부장관 : 제가 계엄 선포문, 그러니까 공고문이죠, 그걸 나눠 드렸습니다.]
이 선포문을 나눠준 행위가 헌법 89조에서 이야기하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1980년 5.17 계엄 선포문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쳤다'며 당시 국무위원들의 서명이 있지만, 이 계엄 선포문에는 국무위원들의 서명도 없는 등 김 전 장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선포 일시도 실제로 계엄이 선포된 밤 10시 23분과는 달라 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졌단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