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서 의원들이 국회로 모이던 그 긴박한 상황에서,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지시했다는 어제(23일) 김용현 전 장관 주장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오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야당은 국민과 헌법재판소를 조롱한 거라고 날을 세웠는데, 여당은 당의 공식입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내용은 김상민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법률대리인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빼내라고 지시한 대상이 '의원'이 아닌 '요원'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송진호/윤석열 대통령 법률대리인 (어제) :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을 김병주 국회의원이 '의원들 빼내라'고 한 걸로 둔갑시킨 것이죠?]
[김용현/전 국방장관 (어제) : 네, 그렇습니다.]
이런 '둔갑설'은 계엄 사흘 뒤인 지난달 6일,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의 대화 영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곽종근/전 특수전사령관 (지난해 12월 6일) : 전임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들을, 요원들을 밖으로 빼내라….]
당시 곽 전 사령관은 '빼내라'는 지시는 김 전 장관이 했다고 말했고, 대상은 처음에는 '인원'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때 '요원'이라는 표현도 혼용했는데, 김 의원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라는 이야기였는지 되묻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지난해 12월 6일) : (국회의원들을요?) 예. (본회의장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 예.]
특히 곽 전 사령관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곽종근/전 특수전사령관 (지난해 12월 6일) :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은 위법 사항이고….]
곽 전 사령관은 나흘 뒤 국회에서도 "끄집어내라"고 들었다는 증언을 했습니다.
[곽종근/전 특수전사령관 (지난해 12월 10일) :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하셨습니다.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텔레그램 메시지는, SBS 기자와 김용현 전 장관이 지난달 5일, 오전 10시경 주고받은 내용입니다.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건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서인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네,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김 전 장관은 답했는데, '의원이 대상이었음'을 시인한 셈입니다.
[천하람/개혁신당 원내대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 함께 출석한 대통령을 감싸기 위해서 이런 터무니없는 얘기들 (요원)을 계속….]
'요원' 주장에 대해 야당은 "궤변이자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조승래/민주당 수석대변인 : 이건 국민과 헌재에 대한 조롱입니다. 저런 분들이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였고 안보 수장이었구나, 라는 것에 대해서 깊은 고민이 아마 국민 사이에….]
박지원 의원 등은 SNS에서, 국회'요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요원' 주장을 비꼬기도 했습니다.
여당은 '의원, 요원' 발언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이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평하면서도 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이홍명, 화면제공 : 유튜브 '주블리 김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