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설날이 다가오면 세뱃돈을 얼마 정도 주면 좋을지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보는 자리인데 세뱃돈 때문에 인색하다는 말을 듣기도 싫지만 과하게 줬다는 뒷말 또한 듣기 싫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설 세뱃돈 관련 글이 올라오면 적정 금액을 놓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아울러 과연 몇살까지 세뱃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세뱃돈 연령'도 열띤 논의 대상이 됩니다.
세뱃돈의 적정 금액은 연령과 가족 관계에 따라 다르지만 각종 설문 조사를 토대로 볼 때 일반적으로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에게는 1만 원에서 5만 원, 중·고등학생에게는 5만 원에서 10만 원, 대학생에게는 10만 원 내외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뱃돈은 보통 미성년자에게 주는 게 일반적이며 성인이 되면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대학생의 경우 성인이기는 하지만 아직 돈을 벌지 않기 때문에 세뱃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의견이 많은 편입니다.
물론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세뱃돈을 더 많이 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금액보다 마음이므로, 세뱃돈을 덕담과 함께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준다면 어떤 액수라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설날 아침 어른에게 세배를 올린 아이에게 '세뱃돈'을 주는 풍습의 기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세뱃돈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인 18세기 후반입니다.
실학자 유득공이 정조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세시풍속지 '경도잡지'(京都雜志)에 보면 '문안비'라는 말이 나옵니다.
문안비란 '문안 인사를 전하는 노비'입니다.
먼 곳에 살아 직접 명절 인사를 갈 수 없는 윗사람에게 아랫사람이 노비나 집안의 어린아이를 보내 인사를 대신 전하는 것입니다.
이때 아랫사람은 문안비에게 음식이나 과일을 들려 보냈고 윗사람은 답례 및 여비 차원에서 소정의 돈을 건넸습니다.
이 돈을 세뱃돈의 기원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1925년 발간된 '해동죽지'라는 서적에서도 아이들이 어른에게 세배하면 '세뱃값'을 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세뱃돈 풍속은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11세기부터 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었고, 일본도 17세기부터 세뱃돈 풍습이 있었는데 개항 이후 일본인과 중국인이 국내 들어와 살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1970∼1980년대 한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설에 세배를 하면 음식을 대접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세뱃돈이 일반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뱃돈을 줄 때는 지갑에서 바로 꺼내서 주면 안 되고 미리 신권을 준비해 받을 사람의 이름을 적어놓은 봉투에 넣어서 주는 게 예의였습니다.
설날에 세배하며 주고받는 덕담도 예전과 지금은 다릅니다.
요즘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나 '부자 되세요' 등과 같은 말을 많이 하지만, 옛날에는 건강이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조선 18대 임금 현종의 비인 명성 황후는 딸인 명안공주에게 보낸 편지에 "새해부터는 무병장수하고 재채기 한 번도 아니 하고 푸르던 것도 없고 숨도 무궁히 평안하여 달음질하고 날래게 뛰어다니며 잘 지낸다고 하니 헤아릴 수 없이 치하한다"고 적었습니다.
또 17대 임금 효종의 비인 인선왕후도 딸에게 "마마를 잘 치렀고 80세까지 산다고 하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으리"라고 덕담했습니다.
예전에는 덕담하면서 소망이 완료된 것 같은 말투를 썼습니다.
새해 덕담과 관련해 요즘에는 어른들이 "돈을 많이 벌어라", "복 많이 받아라"처럼 미래형으로 말을 하지만 예전에는 "복을 받았다며" "돈을 많이 벌었다며"처럼 완료형으로 덕담을 건넸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언어 주술적 의미를 담아 완료형으로 덕담을 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인공지능(AI)은 설 세뱃돈의 적정액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모델 코파일럿(Copilot)은 세뱃돈을 주는 사람의 경제적 상황, 받는 연령 그리고 지역이나 가족의 전통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는 1만 원에서 2만 원 정도가 적당할 수 있고, 좀 더 큰 아이들에게는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가 적절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2월 KB국민카드가 고객 패널 '이지 토커' 400여 명을 설문 조사해보니 설날 세뱃돈 적정 금액이 초등학생은 3만∼5만 원, 중고등학생은 5만∼10만 원이었습니다.
설날에 세뱃돈이나 용돈을 준비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87%로 평균 52만 원을 준비하며, 세뱃돈으로는 미취학 아동은 1만 원, 초등학생은 3만~5만 원, 중고등학생은 5만~10만 원, 성인은 10만 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답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취학 아동에게 주는 세뱃돈은 1만 원 이하가 전체의 46%, 5만 원 이하가 31%, 3만 원 이하가 14%, 초등학생은 5만 원 이하가 42%, 3만 원 이하가 29%, 1만 원 이하가 15%라고 답했습니다.
중·고등학생은 5만 원 이하가 58%로 가장 높았고, 10만 원 이하가 32%였습니다.
중고생이 받고 싶어 하는 세뱃돈 액수는 5만∼10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엘리트학생복이 지난해 1월 중고생 579명을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45%가 한 사람에게 받고 싶은 세뱃돈으로 5만∼10만 원이라고 응답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응답자의 30%는 설에 받는 세뱃돈 총액이 20만∼30만 원이라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56%는 '세뱃돈 일부는 용돈으로 쓰고 일부는 저축한다'고 답했으며 '모두 저축한다'(11%), '학비나 생활비에 보탠다'(8.5%), '재테크를 한다'(1%)가 뒤를 이었습니다.
용돈의 주요 사용처는 취미·문화생활(30%), 쇼핑(27%), 간식 및 외식(24%) 순이었습니다.
2023년 1월 여론조사업체 네이트Q가 성인 약 6천 명에게 적정 세뱃돈을 물었는데 응답자의 43%(2천650명)가 5만 원이라고 답했습니다.
10만 원을 꼽은 사람도 10%(610명)에 달했습니다.
2020년 1월 교육 콘텐츠 전문회사 스쿨잼에서 초등학생과 어른 1천138명을 대상으로 적정한 초등학생 세뱃돈에 대해 온라인 설문한 결과, 어른은 1만 원, 초등학생은 5만 원이 가장 적당하다고 답했습니다.
어른은 응답자의 43.0%가 1만 원을 택했으며 이어 3만 원(20.0%), 2만 원(14.5%), 5만 원(11.7%), 5천 원(3.5%) 순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은 응답자의 21.3%가 5만 원이 세뱃돈으로 적당하다고 답했고 3만 원(20.1%), 1만 원(19.5%), 2만 원(18.0%)이 뒤를 이었습니다.
어른들의 답변 중에는 '학년별로 다르게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겐 1만 원, 고학년 학생에겐 2만~3만 원이 적당하다고 답했습니다.
응답 중에는 초중고생 모두 다르게 줘야 하므로 초등학생은 적은 금액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